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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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모든게 같았으면.

앤_ 2016. 8. 3. 22:02


아침에 일어났더니 팔이 조금 아팠다. 어제 수영장에서 30분 풍덩거렸을 뿐인데 말이지. 오전엔 또 멍하니 시간을 흘러보냈다. 어제 H와 사소하게 다퉜다. 딱 집어 원인을 말할 수도 없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 괜히 기분이 상해 더욱 입을 다물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H는 출근 준비를 마치고 그냥 집을 나섰고 저녁이 되니 회식이 있노라고 문자만 왔다. 

그 때문인지 가라앉은 하루였다. 오후가 되어 방청소를 하고 베란다의 화분들을 정리했다. 몇개의 죽은 화분들이 있었다. 이 곳으로 이사하면서 지붕도 없는 1톤 트럭에 실어 왔더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바람을 심하게 맞은 탓인지 몇몇 화분은 상태가 아주 나빴다. 게다가 옥탑방에서 짱짱한 햇빛을 받으며 자라다가 떠나기 전 몇달은 집주인과의 갈등 때문에 강제로 화분들을 집안으로 들여놨기 때문에 화분들의 상태는 이미 안좋았다. 베란다에서 시들어 죽은 나무들은 계절이 바뀌고 봄이 되어도 되살아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많은 화분들을 죽여 왔지만, 그 화분들은 비우지 못했다. 그래서 방치했다. 죽은 가지를 자르고 뿌리를 뽑고 묵은 흙을 비워야 했지만, 그래야 했지만 그냥 귀찮았다. 혹은 죽은 화분을 보면서 또 다른 화분을 사들고 오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용도이기도 했다.  

화분들을 정리하고 방 청소를 했다. 바닥에 떨어진 온갖 물건들을 들어 올리고 청소기를 돌렸다. 날이 더워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저녁은 이것저것 집에 있는 먹을거리를 뒤져 먹었다. 매일매일이 똑같은 것 같은데 단 하루도 같지가 않다. 그러니 어떤 것도 반복이 아니다. 삶이 잔인한 건 이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이 내일이 매일 똑같아서 아무 생각없이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매일 같은 감정으로 살고 싶다.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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