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화분과 고양이 본문

일상의 순간들

화분과 고양이

앤_ 2016. 8. 5. 15:01


엊그제 화분 정리하면서 티비 옆의 낮은 장식장 위로 화분을 하나 옮겼다. 저 화분은 H가 직장때문에 대전으로 이사온 뒤에 함께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가 함께 구매한 것이다. H는 유목민처럼 몇년마다 한번씩 거주지를 옮겨다니다 보니 가구나 전자제품도 별반 가진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옷과 이불, 생필품 몇개를 가지고 다니며 이사한 후에는 그 집에 맞춰서 살았다. 풀옵션이 편하다고는 하지만 집 어디를 보아도 본인의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 공간은 항상 허전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이사한 후에는 내가 작은 화분을 사주거나 했다. 작은 초록이들 하나로도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다. 

그런데 사진의 화분을 샀을 때는 내가 큰 화초에 꽂혀 있을 때였다. 하도 작은 화분을 사서 죽여버리니까 좀 큰 식물은 생명력이 더 강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쉽게 잘 자라는 종류의 화분이라 H네 집에서 쑥쑥 엄청 잘 자랐다. 여름에는 저 잎사귀를 몇개 잘라다가 따로 화병에 꽂아놓는다. 싱그러운 여름 느낌도 나고, 3-4일에 한번씩만 물을 갈아줘도 잎사귀가 한달은 넘게 생생하다. 매번 죽이기만 하다가 잘 자라는 식물을 만나게 되어 지금은 꽤 애정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나 상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식물이다. 공기정화에는 좋다는데 줄기나 잎사귀를 자르면 특이한 풋내 같은게 난다. 아마 고양이가 씹거나 하면 몸에 좋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저 자리를 정리하고 화분을 올려놓으니 노랭이가 올라와서 왜 허락없이 여기에 놓았느냐고 주변을 살피고 점검을 하였다. 마침 해가 약해지면서 집으로 비스듬히 빛이 들어오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사실 동영상 찍은게 더 이쁜데 올리기가 힘드니 사진만. 앞으로 화분을 번갈아가며 이 자리에 놓아야 겠다. 아파트 베란다라는 것이 정말 식물이 잘 자라긴 하는데 어째뜬 외부 공간 같아서 눈에 잘 안보이니 아쉽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