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160113. 오늘 나는 기운이 없다. 본문

일상의 순간들

160113. 오늘 나는 기운이 없다.

앤_ 2016. 1. 14. 01:19


오늘 나는 기운이 없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어제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냈고 오늘 오전중에 도착할 터였다. 받으면 분명 열이 올라 전화가 오겠지 싶었다. 녹음을 해야 하는데 아이폰은 통화녹음이 안되기 때문에 옛날에 쓰던 아이폰4를 찾아서 충전을 하고 녹음할 수 있게 준비를 했다. 전화연락은 오후에 왔는데 '기분 나쁘라고 이거 보낸거냐'로 통화는 시작되었다. 나도 맞받아치고 싶었고 그럴 말들은 많았는데 녹음중이고 최대한 불쌍한 척을 했다. 이런 녹취파일이 증거로 쓰일 일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사람일 어찌될지 모른다는게 내가 지난 십년간 배운 교훈이므로.

여하튼 기간 만기가 되면 본인이 돈을 빌려서라도 보증금을 주겠다고 호언장담식으로 말했으나 여전히 주변 시세도 모르고 서울 외곽 옥탑방을 강남 한복판 원룸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는 생각은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방이 안나간다는 단순한 생각은 못하는 걸까? 장기적으로 싸울 준비는 되었고 계약 만기 2주전이 되면 임차권등기를 하겠다고 다시 한번 내용증명을 보낼 참이다. 그래도 맨날 꽥꽥거리며 자기 할말만 하고 막말도 서슴치 않더니 내용증명 보내고 나니 좀 수그러들었다. 역시 강하게 나가야 한다. 이제 나로서는 이 문제가 길게 갈수록 더 유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랄에 맞지랄, 손해를 보면 상대방도 똑같게 손해보도록 만드는게 답이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그냥 누워 있었다. 녹음이 잘 된걸 확인했다. 기운이 좀 빠져 나갔고 무기력하게 있다가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궜다. 입욕제도 넣었다. 나와서 온 몸에 바디버터를 발랐고 따뜻한 옷을 껴입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오늘의 커피를 한잔 마셨다. 이미 밤이었고 목욕 후 차가운 공기와 눈을 맞으며 걸어가 마신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오늘의 커피여서 쓰지 않았다. 기분이 나아졌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 요 며칠간의 일과 오늘의 일을 늘어놓았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아마 나는 이 일로 몇달은 더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 일에 내 모든 시간을 괴로움으로 채우진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너무 싫고 괴롭고 짜증나고 기운이 없더라도 다시 힘을 낼 방법을 찾고 내 시간을 이 외의 것들로 보낼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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