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160120. 자기합리화. 본문
낮의 고양이들. 추운 날씨에 보일러를 켜긴 하지만 자린고비처럼 방 2개를 잘때만 딱 켠다. 낮은 밤보다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도 오래된 아파트는 외풍이 심해 춥기 때문에 고양이들과 나는 전기장판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인다. 온 몸이 빡빡한 털로 뒤덮혀 있는데도 전기장판 위에서만 맴도는 걸 보면 얘들도 춥다.
이사왔을 때 창문마다 이전 세입자가 붙여놓은 외풍방지 스폰지 테이프를 떼어내느라 정말 고생을 했다. 한쪽을 잡고 쭉 잡아당기면 테이프는 쉽게 떨어지는데, 떨어지면서 스폰지에 쌓인 시커먼 먼지들이 마구 날려서 괴로웠기 때문이다. 오래된 아파트라 외풍이 심해 창문을 다 닫아놓고 방에 앉아 있어도 어딘가에서 찬바람이 슝슝 들어오는데, 겨울 오기전에 미리 뽁뽁이라도 사서 붙였어야 했다. 귀찮고 지저분하고 여름되면 또 떼어내고 붙이고 하는게 번거로워서 말았더니 요 며칠 한파에 집이 너무 춥다. 임시방편으로 바람이 심하게 들어오는 곳에 목도리와 숄과 안쓰는 무릎담요등을 걸어 놓았다. 분명히 창문을 다 닫았는데도 가벼운 스카프는 마구 휘날리고 좀 무거운 숄은 조금씩 흔들린다. 문간이나 창문에 걸어놓으니 보기는 싫지만 그래도 조금 효과가 있겠거니..
오늘도 새벽에 운전학원을 다녀왔다. 지난 이틀은 나이든 선생님이었고 오늘은 젊은 선생님이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긴 싫었는데, 경험해보니 차이가 많이 났다. 지난 이틀의 학원비가 좀 아깝게 느껴질 정도고 오늘은 학원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선생님이든 운전할 때 옆에서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고 겁을 내지 말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여전히 운전은 무섭고, 내 서툰 운전이나 찰나의 과실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 양가 어머님들의 '여자도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닦달만 아니었어도 나는 평생 운전을 하려는 시도도 안했을 것이다. 십년 전에 학원다니며 면허 따는데 든 비용과 지금 도로연수 하면서 드는 비용 + 차량 구입비 + 주유비 + 톨비 등등을 따져보면 그냥 평생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한번씩 택시 타고 다니는게 훨씬 이득이다. 주차로 신경쓸 필요도 없고.
편도 부은 것이 심하지 않아서 금방 나을줄 알았더니 계속 목이 따끔거리고 아파서 H에게 약을 사다달라고 부탁을 했다. 낮에 외출했다가 사오려고 했는데 씻고 화장하고 옷까지 챙겨입고는 왠지 의욕이 없어서 문간을 왔다갔다 하고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다가 그냥 말았다. 날씨도 춥고 컨디션도 나쁘고 새벽부터 운전해서 피곤하니까, 라며 자기합리화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