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지난 주말, 더위. 본문

일상의 순간들

지난 주말, 더위.

앤_ 2017. 5. 29. 21:00



지난 주말 다녀온 서울, 묵었던 숙소에서 찍어보았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좌측으로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태양이 떨어져 내렸는데 높은 건물에 가려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전에 함께 일했던 언니를 만났다. 아빠가 아프실때 연락을 하고 한참을 연락이 와도 내가 답을 안했었다. 몇달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내가 아직도 엄마에 대한 이런저런 원망을 크게 가지고 있고, 아빠가 별세하시기 마지막 며칠을 엄마와 함께 병간호를 하면서 나날이 약해지는, .....죽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얘길 했다. 아빠가 검게 변한 앙상한 팔을 들어 자신을 일으켜 앉혀 달라고 몇번이나 침대 난간을 붙잡고 힘을 쓰던 모습 같은 것, 그런 장면들이 잊고 지내다가도 떠올리면 너무도 생생하게 재생된다. 남편이 인도네시아로 갈지도 모른다며 내게 의사를 물었을 때, 내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동의를 넘어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은, 아직 남아있는 이런 괴로움과 아빠가 더이상 세상에 없다는 이 사고같은 일로부터 선을 긋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함께 만난 언니는 이런 얘기를 들으며 아, 그랬냐고 그렇게 대답하며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 언니도 어머니가 치매로 요양원에 몇년째 계시고 최근 들어 몸이 빠르게 안좋아져서 여러모로 근심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참 우습게도, 또 슬프게도 병원, 간병인, 연명치료, 장례, 또 환자 가족이 있을때 다른 가족 누군가에게 생기는 원망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했다.

오늘은 몹시 더웠다. 낮에 잠깐 은행에 다녀왔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얼굴이 땀 범벅이었다. 저녁이 되고 해가 떨어지니 선선한 바람이 좀 분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에게 물로 샤워도 시키고, 바닥도 물을 뿌려 물청소를 했다. 요즘 열대야마냥 잠을 설치는데 이걸로 오늘 밤은 시원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다.

날이 더워져서 고양이들도 자꾸 바닥에 드러눕는다. 옛날엔 여름이 와도 내가 더운 것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늙은 고양이들이 되어버린 냥이들을 보며 이제는 여름이 오면 고양이들이 잘 견뎌내야 할텐데 걱정이 든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동물병원 진료비보다 냉난방비가 더 싸다는 것을 명심하며 올 여름에는 에어컨 열심히 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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