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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우울

앤_ 2017. 6. 26. 19:55

조울증인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좀 피로하긴 했지만 오후엔 힘내서 청소도 하고 산처럼 쌓인 쓰레기 분리배출도 했다. 오랜만에 샤워도 정성들여 하고 비와서 습해진 날씨에 에어컨도 돌리고 기분은 오히려 좋았는데 이른 저녁을 먹고 한시간쯤 지나니 기분이 한없이 고꾸라진다.

저녁을 먹으니 어김없이 소화불량이 좀 왔고 무기력하게 누워서 재미도 없고 보지도 않는 티비채널만 돌리고 있으니 이렇게 되었나. 몸이 안 좋을 땐 숨쉬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제일 고통스럽다. 피로감과 어지럼증 때문에 마음대로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있으면서도 기쁘고 좋은 생각만 해야 한다는 부담도 싫다. 아이는 부모의 기질을 타고 난다고 하고, 태교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사실인데, 그럼 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우울함과 무기력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갖고 태어날 것 같아 두렵다. 역시 난 아이를 가질 준비도 키울 준비도 안된 미성숙한 사람이었나 싶고, 사실은 후회도 꽤 자주 한다.

가족들의 축하와 걱정도 내가 아니라 내 아기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고 재생산의 도구로서 최선을 다하란 의미로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은 꼭 생리전에 예민하고 우울해지고 동굴 속만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생각 많이 하면 꼭 걱정으로 이어지고 우울해지는 편이라 아예 생각을 안하고 살려고 하는데 가끔씩은 본색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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