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140327 01:48 본문

일상의 순간들

140327 01:48

앤_ 2014. 3. 27. 01:48


지금 나가는 곳의 일은 재밌다. 일이 정신없이 바쁘고 내게 버거울 때가 많은데, 오히려 그 점이 어려워야 집중하고 익숙해지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나의 성격에 딱이다. 사람들과 함께 밥 먹기를 불편해 하는데 여기선 혼자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단점은 프리랜서(=알바)다 보니 일이 있을 때만 부르는데 요즘 일이 띄엄띄엄 있어서 일주일에 몇일 불려 나갈 때는 온몸이 녹초가 되고 일이 없는 날은 좀비처럼 쓰러져 하루를 보내고 만다는 것이다. 당연히 급여도 줄어들고. 그냥 때려치고 다른 일을 구할까 싶다. 지금의 그곳은..장점도 단점도 참 극단적인 곳이구나.


오늘은 한강을 걸었다. 어느새 걷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미세먼지라는데 가끔 파란 하늘도 보이고 개나리도 보이고 좋았다. 산책이지만 운동삼아 꽤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고작 한시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돌아올 땐 너무 힘들어서 지하철을 탔다. 아름다운 곳에 있다가 지하철을 타니 한강에서 누린 풍경들이 모두 환상이 되었다. 


글은 계속 쓰려고 하고 있다. 다만 일을 할 땐 시간이 없어서 짬짬이 한 문단씩 썼는데, 참 집중도 안되고 마음에도 안 든다. 아무것도 쓸만한 것이 없었다.


올해는 자의든 타의든 어떤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말까지 아무런 변화없이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참 절망적일 것 같다. 그걸 피하길 위해서라도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역부족이다. 타인의 삶에는 관심도 없고 그래서 어떤 비교에도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편인데, 만약에 누군가의 삶을 스스로 동경한다면 그것만한 무서운 잣대는 없을 것이다. 글을 쓰면 언제나 지나치게 '나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자기혐오-자기연민-자기동정-자기위안의 굴레를 끊임없이 맴돌 정도로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세우는 목표나 계획이 두렵다. 성취하지 못하면 자괴감이 너무 크다. 비록 최선을 다했거나 내 탓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결과는 결과다. 인정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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