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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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160505. 견디지 못하는 것.

앤_ 2016. 5. 8. 00:06

5월에 들어서고부터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 주말을 보내고 2일부터 연달아 3일간 현장직분을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원되는 인원이 많다보니 교육장도 어수선하고 대부분 40-50대 분들이라 그런지, 어리고 사무실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내 얘기는 듣거나 집중하지 않았다. 교육비가 나가기 때문에 인원체크를 꼼꼼히 해야 하는데 혼자 60여명 되는 사람들 체크하기가 여간 힘들었고 대표와 실장은 노트북이니 빔프로젝터니 리모컨이니 뭐가 안될때마다 나를 불러댔다. 김과장은 도와줄 생각이 없이 앉아 있거나 친분 있는 현장직과 수다를 떨고 자꾸 담배를 피러 나갔다.

이 짓을 3일을 하고 나니 너무 힘들고 지치는 거였다. 그나마 교육이 시작되면 의자에 앉아 온 몸의 힘을 빼고 멍 때리는 것이 휴식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교육일엔 첫번째 시간이 끝난 후 실장님이 나보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을 하라는 거였다. 정말 조금의 휴식도 안주는구나 싶어서 0.1초만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왜냐하면 며칠을 교육으로 사무실을 비워놔서 업무가 밀린 상태였고 마지막날은 사무실에 있겠다는 식으로 여러번 의견을 내비쳤으나, 실장님이 컴퓨터니 세팅이 안되면 불안하다고 나를 굳이 교육장에 데리고 간거였다. 도대체 김과장은 뒀다 어디 쓸려는지 모르겠다. 몇개의 케이블을 제자리 꽂고 교육장 시설담당을 부르면 와서 다 해주는데 같이 가야한다며 내 일을 못하게 할땐 언제고 조금 쉬려니까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하라니...

그 날은 점심도 못 먹고 나갔었기 때문에 사무실로 가라는 말에 알았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튕겨 나가듯 벌떡 일어나 나와버렸다. 바로 옆이 스타벅스라 달콤한 스무디를 한잔 사서 택시를 타러 갔는데, 가는 내내 이렇게까지 일해야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진정한 빡침은 그 뒤에 찾아왔는데, 이번에 금요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업장이 쉬는 것 때문이었다. 나는 애초에 일이 많아서 그냥 금요일에 출근을 할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대표와 실장이 4일날 남아서 야근을 하고 대신 5일부터 쭉 쉬라는 거였다. 내가 해야 할 중요업무가 아직 외부 담당자에게서 넘어오질 않은 상태라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대표가 자기가 직접 데이타를 받아서 설계해주겠다는 거였다.

'해주겠다'. 하하하.

1. 그것은 처음부터 나의 고유업무였음.
2. 그걸 대표가 한다는 게 내게는 업무을 앗아간 뒤 그냥 허드렛일만 하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졌음.
3. 대표의 작업능력으론 그것을 처리할 수 없음.
4. 잘못 꼬이면 앞으로 몇달은 고생함.

화가 난 건 대표가 며칠전부터 그거 하려면 머리 아프겠다고 그러길래 서울에서 나름 더 복잡한 작업들을 많이 해본 나로서는 1차원적인 데이타라 어렵지 않고 이걸 이렇게 저걸 저렇게 하려고 한다며 말로 설명을 했는데, 그 다음날 대표가 자기가 그 작업을 하겠다고 나선 때문이었다. 이걸 내가 설명해주자 자기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나선 걸로 받아들이면 내가 너무 꼬인걸까? 대표는 그냥 대표행동이나 제대로 하고 제발 직원의 영역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싶다. 맨날 자기가 나서서 '도와주겠다' 말하고 일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남들 앞에선 생색냄. 전형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다.

마침 교육이 끝난 날이라 나는 너무 지쳐있었고 상대하기도 싫어서 그냥 그러시라고 하고 교육인원 정리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 인쇄소에서 그 업무 인쇄물 맡긴게 왔는데 1톤 트럭에 가득 실린 그것을 다 내리고 4층 사무실로 옮겨야 했다.

..... 사무실에 여자밖에 없는데 그걸 어떻게 들어서 옮길지, 사실 지난주에도 물건이 가득 와서 주말에 동원되어 나가서 박스 옮기고 허리가 아파서 주말에 내내 앓았다. 제발 돈주고 사람 좀 썼으면 좋겠는데 그거 몇만원이 아깝다고 삼일내내 교육 쫓아다니느라 힘 다 빠진 직원들 시키고 진짜 화가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었다.

더 문제는 박스를 열어보니 삼만개가 넘는 인쇄물이 순번으로 정리가 안되어 있고 마구 섞여 있었단 것이다 ㅜㅜ 인쇄물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넣어서 찍었는데 왜 그게 순서대로가 아닌지... 결국 새벽 4시까지 실장과 김과장과 내가 정리를 했는데 겨우 반 정도 했다. 무거운 걸 옮기고 뜯고 정리하고 다시 순서대로 담고 옮기고 반복하니 손목이며 어깨 허리 발목까지 온 몸이 아팠다.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거의 하루 근무시간만큼 야근을 했고 이러면 다음날도 컨디션이 다 망가지는데 임시공휴일에 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쉬게 해주겠다는게 아니고 금요일에 할 일을 미리 당겨서 밤새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망가진 컨디션 때문에 오늘 오전까지도 삭신이 쑤시고 피곤해서 골골거리다가 오후께나 되어 겨우 정신이 들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몸만 상한 것이다. 쓰다보니 또 너무 화가 난다 ㅠㅠ

작은 회사라고 있는 인력을 너무 부려먹으려 하고 대표가 툭하면 직원 영역에 끼어드니 현장직 분들도 직원 알기를 우습게 알고 뭣보다 누구도 일적으로 존경할만 하거나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일이 힘든 건 참아도 사람 힘든 건 못 참는 법인데 두달이 지나도 여전하다. 물론 적응이 될리도 없겠지.

아아 그만두고 싶다. 스트레스 받아서 짜고 자극적인 것만 먹었더니 몇달째 살만 더 찌고 다 싫다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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