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잘? 본문

일상의 순간들

잘?

앤_ 2016. 5. 29. 22:10

토요일엔 출근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싫었다. 금요일 밤에 민원 전화가 왔는데, 신입 현장직 분이 일을 하면서 욕심을 부리고 거짓말을 하며 일처리를 했다는 거였다. 민원인은 현장직분과 직접 연락하기를 원했고 내가 책임자니 나에게 말하라고 해도 당사자와 얘기하겠다고 완강한 태도였다. 결국 토요일에 현장직과 같이 찾아가서 사과를 드리기로 하고 귀가를 했는데, 남의 무례하고 잘못된 일처리 때문에 매번 내가 사과하는 것에 나는 지쳐버렸다.

그게 내 역할이고 내 업무 중 일부이긴 하다. 하지만 서울에선 그에 합당한 대우(급여)가 있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현장직을 꾸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민원처리는 실제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작은 사무실'이라고 강조하며 대표와 현장직간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있어 내 마음대로 사람을 쓸 수가 없다. 현장직은 대표 앞에서나 알랑거리고 나같은 사무직은 신경도 안쓴다. 그러니 해오는 결과물도 엉망이고 질이 떨어진다.

토요일에 사무실에서 기운없이 앉아 일을 하다가 민원인에게 전화를 해 언제 찾아가면 되겠냐고 했더니, 다시 화를 내긴 했지만 올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기까지 수없이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니 수화기를 내려놓고도 내 기분은 여전히 나빴는데, 뒤에 있던 실장님이 와서는 '니 선에서 잘 처리된 거 같다'고 말을 했다. 나는 그 '잘'이라는 단어에 감정이 확 상해버렸다. 이틀에 걸쳐 백번을 사과하고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고 돌아온 이 결과가 정말 '잘' 해결된걸까? 쉽게 쓰는 말이고 내가 꼬인 사람이라 이렇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해도, 내가 통화하는 걸 다 들어놓고도 한마디 위로도 없다. 아니면 그 말을 위로나 칭찬이라고 한걸까?

그 사무실에는 아무도 정을 붙일 사람이 없다. 정말이지 그만두고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