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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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시간.

앤_ 2016. 10. 9. 23:31



아빠가 회복되는 걸 보고 내려왔어야 했는데. 지난주에 씨티랑 엠알아이 찍으며 열시간 금식에 물도 한모금 못 마시게 하고 조영제 맞고는 아빠가 몸이 너무 안좋아졌다. 입원 후에도 계속 열이 나고 5분만 걸어도 숨이 찬다고 해서 밖에 잠깐 나왔다가도 도저히 안되겠다며 손사레를 치고 먼저 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아빠가 아팠어도 이렇게 병약해진 모습을 처음 보았다. 어지간하면 내 앞에선 약한 모습을 숨기는데, 얼마나 힘들고 아프면 이제 숨길 힘도 없으신가보다. 그게 금요일이었고, 그 날 저녁에 내려와서 주말에 남편과 바람쐬고 놀러 다니면서도 하나도 신이 나지 않았다. 토요일 밤엔 펑펑 울었고 지금도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남편이고 고양이고 다 누구에게 맡겨버리고 아빠 곁에만 있고 싶다. 병원에선 치료를 언급하며 희망을 주는데 차라리 몇개월 남은건지 알려준다면 그 시간동안 허락을 구해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직도 후회만 너무 많은데, 하루에도 수십번 이건 꿈인데 왜 깨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이 뭘 잘못했느냐고, 늦게 발견해도 얼마든지 수술할 수 있고 행운과 노력으로 완치될 수 있는 많은 암들을 두고 왜 하필이면 수술도 안되는 암이냐고 화가 나고 괴롭다. 아빠가 아파서 뒤척이는 걸 보는 시간이 동시에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라는게 잔인하기만 하다. 울다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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