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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기승전우울

앤_ 2017. 1. 2. 13:01



2017 첫날의 태양이 저무는 모습이다.

작년의 마지막날과 새해의 첫날은 시댁 가족모임이 있어서 내내 시골 시할아버지 집에서 보냈다. 시댁식구들은 해넘이를 가족들과 보내니 기분이 좋았겠지만, 주로 혼자 집에서 조용히 새해를 맞이해 왔던 나에겐 낯선 이벤트였다. 아직 시댁식구들과 같이 있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부분도 있고, 다 모여 웃으며 어울리는 시댁식구와 대비해서 서울 병원과 고향 본가집에 각각 혼자 있는 아빠와 엄마 생각에 기분이 조금 가라앉기도 했다. 동서들은 다들 아이가 있어 그들만의 리그나 공감대가 있기도 하고, 나는 워낙 혼자 있는게 편해서 이런 경우에도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먼저 말붙이고 관심보이거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다보니 아직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을 때가 많다. 나는 어울리는 것보다 보릿자루인게 더 좋은 걸.. 그래도 처음보다는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시골집 나서는데 어머님이 다른 식구들 몰래 우리 챙겨주신 먹을 것들이 한아름, 다른 식구들과 같이 나눈 먹을 것들도 남들보다 우리 봉투에는 떡이라도 하나 더 들고 쌀도 더 들었다. 어머님이랑 둘이 있는 기회가 있어서 요즘 아빠가 어떠신지 얘기를 좀 했고, 사람 아픈게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라고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위로의 말을 좀 해주셨다.

엄마가 혼자 계시면서 은근히 1일에 친정집에 들렀다 가길 바라는 눈치여서 다른 식구들보다 먼저 시댁을 나와 잠깐 들렀다. 차로 한시간 남짓 거리인데 대전의 우리집과는 거리가 더 멀어져서 다시 올라오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사실 가지말까 망설였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을 때라도 가족 생각이나 걱정을 안하고 지내려고 노력중인데 부모님 두 분이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아빠는 엄마를 신경쓰라고 하고 엄마는 아빠를 챙기라고 하고, 각자 자기가 못하는 역할과 책임을 나에게 지우는 것 같아 솔직히 짜증날때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고 그 이상 무리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기 때문이다. 어째뜬 잠깐 들러 얼굴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내려간김에 엄마랑 점심 먹고 가라고 해서 가게에서 국수나 사먹고 서둘러 출발했는데 집에 오는 고속도로에서 H가 너무 피곤하다고 휴게소에서 잠깐 눈 붙인다는게 둘다 곯아떨어져서 한시간이나 자버렸다. 하루에 운전을 다섯 시간을 하니 피곤할 수 밖에. 나는 전날 시골집에서 자는게 잠자리 불편해서 밤새 설치다보니 못자서 그랬고ㅜㅜ

시골집은 가족수에 비해 방이 부족하다. 그냥 아무 방에나 들어가서 낑겨 자야하고 여자끼리, 남자끼리 구분만 해서 자야한다. 잠자리에 예민한 나에겐 너무도 고역이다. 그냥 차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정도.

아무튼 어제 집에 돌아와서 내내 운전한 H는 더 자라고 방으로 보내고 거실 청소하고 냥이들 해놓은 것 치우고 이집저집에서 받아온 음식들과 물건 정리하다보니 해가 벌써 지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을 보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져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오늘 일찍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아빠가 있는 서울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했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좀전에 아빠가 살이 좀 빠졌다고 문자가 또 왔다. 말했듯이 나는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좀 생각과 걱정을 안하고 싶다ㅜㅜ 분리되고 싶다. 왜 엄마가 아빠와 떨어져 있었던 시간에 대해 생기는 후회를 내게 짊어지게 하는가. 으으.. 새해도 결국 어제의 연속일 뿐, 지난 해 만큼 힘들게 뻔해서 뭐 달리 다짐같은 것도 계획도 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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