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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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둥지를 나오지 않는 새처럼.

앤_ 2017. 3. 30. 15:49

오늘은 날씨가 참 포근하다. 베란다에 거실에 있으면 잘 모르겠는데 창을 하나 열고 베란다만 나가도 느껴지는 온도가 다르다.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 망설이다가 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집 앞 하천을 한바퀴 돌고 카페에 오니 가벼운 옷차림이었는데도 제법 땀이 나고 더워서 아이스커피를 시켰고 역시나 몇모금 먹자마자 그냥 따뜻한 걸로 시킬 걸 후회. 몸이 식으면서 춥다. 카페인 좀 줄여버려고 디카페인 커피로 달랬더니 없단다. 여기 스타벅스 맞나요..

5월 징검다리 연휴에는 또 강원도를 가기로 했다. 사실 여기서 차를 몰고 가기에는 훌쩍 떠날만한 거리도 아니고 조금만 성수기 느낌이면 숙박료가 껑충 뛰어오르는 곳이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H가 굳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차라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고 싶었는데 이미 비행기 티켓은 없었다. 예약한 숙소는 취소해도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일정봐서 땡처리라도 나오면 취소하고 해외로 가버릴 것이다. 그래도 이제 강원도는 몇번 가봐서 맛집 실패는 좀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관광 갔다고 특별한 음식을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ㅜㅜ 호갱 당하기 딱이었지.

하루의 대부분을 멍하게 보내고 안락한 둥지같은 집을 만들어 외출을 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일년에 몇번 마지못해 만나는 '확대된 의미의 가족'들 외에 친구니 지인이니 하는 관계들도 없이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없는 대신 좌절할 일도 없고, 열정이 없는 대신 권태도 없으며, 생각이 없으니 고뇌도 없다. 내게 취미가 뭐냐고, 뭘 하며 시간을 보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딱히 대답할 말도 없고 말해봤자 괴짜 이상의 취급을 당할테니 그냥 혼자서도 잘 지낸다고, 청소하고 밥 차려먹고 하다보면 생각보다 시간 잘 간다고 대답하고 만다. 이미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삶이 주는 생동감이나 행복감에 만취할 줄 모르는, 남들이 보면 따분해 보이는 삶이라도 나만 괜찮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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