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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비오는 날엔 식빵을

앤_ 2017. 4. 5. 23:23

오늘 비 온다는 소식을 어제부터 기다렸다. 비가 온지 꽤 오래 된 것 같고 공기는 너무 건조했다. 빗소리에 도시의 다른 소음들이 묻히고, 먼지와 흙냄새가 나다가 젖은 비 냄새가 나는 것이 좋다. 밖으로 나가긴 좀 싫은데, 빗방울이 들어오지 않는 안락한 곳에서 그렇게 비를 즐기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이 습성은 조금 얄밉기도 하다.

대학생때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 빵집이었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식빵이 잘 팔린다고, 비가 오면 식빵을 더 구워냈다. 평소보다 더 많이 진열해도 저녁 즈음이면 동이 났다. 어두워진 뒤에 젖은 우산을 접으며 빵집 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식빵진열대가 텅 빈 것을 보고도 식빵 없냐고 묻고 다시 등을 돌렸다. 우산을 펼치는 사람들의 등은 조금씩 젖어 있었고, 아직까지 왜 비오는 날에 식빵이 더 잘 팔리는지 계속 궁금해하고 있다.

비가 온다는 걸 어제 알았으니 나는 식빵을 미리 샀다. 촤촤 하는 빗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는 아침을 기대했는데, 정오가 지나도록 가는 빗방울만 날렸다. 그래도 아침은 식빵을 구워먹었다. 땅콩버터를 발라 입안이 텁텁할 때 커피를 한모금씩 먹으니 꿀맛이었다. 저녁이 되니 비로소 빗줄기가 굵어지고 베란다 난간에 맺힌 물방울들이 아파트 외벽에 떨어지는 툭툭 소리가 들린다. 내일 아침까지 이렇게 비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은 딸기잼을 발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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