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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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변화가 싫음.

앤_ 2017. 6. 11. 22:40


주말에는 남편이 집에 와주었다. 토요일까지 어학수업을 듣고 기차를 타고 집에 오니 8시가 다 되어 둘이 늦은 저녁을 먹고 그대로 쉬었다. 남편이 기차역 앞의 포장마차에서 파는 김밥과 국수를 포장해 왔고, 김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2줄을 혼자 거의 다 먹고 소화가 안되 밤새 괴로웠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에 대한 식욕은 여전한데 몸이 받아주질 못하니 미련하게 잔뜩 먹고 더부룩함과 복통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ㅜㅜ

일요일에는 조조영화를 보고 오는 길에 우연히 튀긴 도너츠, 시장에서 흔히 파는 꽈배기와 팥도너츠를 사와서 점심으로 먹었다. 이번에도 식욕때문에 허겁지겁 먹고는 후회했다. 저녁은 계란찜에 밥을 비벼 조미김과 먹었다. 이번에는 양 조절을 했고 어제 저녁은 편하게 잤다. 오늘 아침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남편은 일요일 저녁까지 함께 먹어주고 설거지도 다 해준 뒤에 밤 10시 기차를 타고 갔다. 미리 알았으면 좀 빠른 기차를 타라고 했을 텐데, 가엽게도 서울에 도착해서 2호선 막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12시가 거의 다 되었더라는.. 임시방편으로 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서울의 고시원이 얼마나 좁고 불편한지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미안하고 고마웠다. 본인도 넓은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다가 가고 싶어했지만 평소 10시면 잠자리에 들고 5시면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매우 무리해서 피곤했을 것이다. 

며칠 내 컨디션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아침과 오전에는 비교적 상태가 좋고 저녁을 먹은 뒤부터 밤까지는 속이 더부룩하고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엄마가 그러면 아침을 잘 챙겨먹으라고 하는데 내 오랜 습관 때문에 아침에 뭘 뚝딱뚝딱 요리해서 차려먹는 것이 아직까지는 잘 안된다. 그래도 오전에 기운이 날 때 청소나 빨래 등을 해두면 저녁에는 대충 차려먹고 하루치 쌓아둔 설거지만 하면 되니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음식을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강박은 이상하게 작용하여 혹시라도 건강하지 못한 아이가 태어나 내 삶이 불행해질까봐, 그러니 잘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어쩜 다들 손톱만한 태아에게도 모성애가 발휘되는지, 아이를 위해 심한 입덧 중에도 골고루 챙겨먹고,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존경스런 분들도 있다만, 나는 그렇게는 몸도 마음도 움직이질 않는다. 그저 내가 편한대로 먹고 내가 편하려고 먹을 뿐. 우리는 가족계획을 가지고 임신을 한 만큼, 나도 아이를 원했고 몸이 불편하고 피로하다고 해서 후회하거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임신을 한다고 해서 호르몬이 없던 모성애까지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 그렇다고 새로이 생겨날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남들처럼 희생하고 헌신하는 내가 될 것 같지도 않고, 나는 안그래도 바닥을 치던 자기애를 쌓아올리는 노력만 계속할 생각이다.

오빠가 키우는 고양이. 사정이 있을 때 나도 몇달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 집 고양이들에 비해 너무 작고 너무너무 이쁘고 착하고 순둥이다. 그리고 너무너무 병약하다 ㅠㅠㅠㅠㅠ 아주 어릴 때도 '비리비리하다'고 할만큼 몸이 약했는데 오빠가 그나마 잘 먹이고 잘 키워, 제법 고양이스럽게 자랐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여러 병들을 달고 사는데, 한 2주 전에는 갑자기 눈에 물집이 생기고 물이 흘러나온다고.. 안과 전문병원에서 급하게 수술하고 안약 넣어주며 2주동안 케어해주고 다행스럽게 실밥도 풀고 괜찮았다는데, 어제 갑자기  상처가 덧난 것인지 자고 일어나니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더란다. 수술했던 병원은 일요일이라 휴진이고, 강남의 큰 병원에 갔지만 거기도 수술이 안되고 신촌으로 갔는데 거기서는 아무래도 수술 히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원래 수술한 병원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응급처치만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검사 결과 혈당이 아주 높아 당뇨가 있고, 그러면 마취에서 깨어나는게 힘들어서 수술위험이 높다고.. 지금쯤 다시 수술을 했을텐데, 수술이 잘 되길 이번에는 더 잘 회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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