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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조리원 필요. 주로 징징거림. 본문

일상의 순간들

입덧조리원 필요. 주로 징징거림.

앤_ 2017. 6. 18. 21:44



미세먼지 확인용으로 쓰고 있는 air matters 앱. 며칠째 오존농도가 높고, 오존이 높은 날에는 하늘이 매우 뿌옇다. 아침엔 그나마 좀 괜찮고 오후,저녁이 될수록 심하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집은 남서향이라 오후에 몹시 더운데 창도 못열고 에어컨을 켜도 몇시간 환기를 못시키면 매우 답답하다. 그래서 기분탓인지 집에 있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때가 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기다리고 있다.

분명히 나는 입덧이 심한편이 아님에도, 집에서 몸조리하고 요양할 수 있는 아주 행복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입덧은 너무너무 힘들다. 주말이라 남편이 집에 왔는데도 몸을 누르는 피곤함과 무기력에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었다. 식욕이 저하되어 먹는게 부실하니 몸에 기운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윗배가 빵빵하게 가스가 차는데 그것이 매우 나쁜 기분을 유발한다. 나가서 걷거나 하는 건 소용이 없다. 다른 포유류들도 임신을 하면 이런 증상이 있을까? 나는 입덧과 동시에 징징이가 되어버렸고 하루종일 몸을 뉘였다 일으켰다만 하다보면 패배감이 든다. 많은 여성들에게 산부인과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태아의 건강에만 맞춰져 있고, 입덧이라는 정의아래 나타나는 온갖 증상과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저 견뎌라, 시간이 약이다, 남들은 더 심하다 정도로 가볍게 취급한다.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안되는 점은 이해하겠으나 정신과 상담이라도 병행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입원해서 내 몸을 밤낮으로 꼼꼼하게 관찰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의료시설이 필요하다. 산후조리원 뿐만 아니라 입덧조리원 같은 시설,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곳으로.

모처럼 남편이 왔는데 밖을 나가진 못했다. 마트라도 다녀와서 일주일내 먹을 식량을 구비해두면 좋은데 만사가 귀찮았다. 먹고싶다고 사놓고는 한입 먹고 물리거나 아예 손이 안가서 유통기한 지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잔뜩 사두는 것이 내키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남편은 고시원에 살면서 저녁은 주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어서, 집에서 제대로 차려먹진 못해도 외식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했다. 대신 단지내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와서 구워먹었는데 솔직히 난 냄새가 너무 괴로웠다 ㅠㅠ 하필 그게 먹고 싶다며 괜찮겠냐고 물어보는데 차마 안된다 말을 못해서.. 본인이 구워 차려먹고 뒷정리까지 다 했지만 집안에 남은 고기냄새에 몇시간 괴로웠다 흑흑. 한명이라도 몸보신 해야지 그래.. 남편은 산처럼 쌓인 설거지와 음식물쓰레기를 해결해주었고 내일 아침 새벽기차로 떠난다.

아빠 돌아가시고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몸도 마음도 우울해서 두달 가까이 밖을 잘 나가지 않았던 시기였다. 안그래도 큰 체격이었는데 체중이 10키로나 쪄버려서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고 누가봐도 (매우) 뚱뚱한 몸이 되어버렸다.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이 되어 이후로 운동을 딱 끊어버렸는데, 입덧 덕분에 먹는 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버리니 하루종일 집에 있어도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병원 검진은 2주에 한번씩 갔는데 갈때마다 1키로씩 빠져서 지금은 3키로가 빠졌다. 입덧의 유일한 좋은 점이다. 임신 후기가 되면 체중이 많이 늘기 때문에 체중관리를 해서 3-5키로 정도 빼놓는게 좋다고 하는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이렇게 서서히 빠져서 늘어난 10키로가 다 빠지면 좋겠다. 나는 좀 고무줄 몸에다 붓기도 심해서 잘 찌고 잘 빠지는 편이라 기대를 해본다. 주변 사람들도 내가 갑자기 살이 쪄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얼굴 먼저 예전으로 돌아왔다. 거울을 볼때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맞는 옷이 없어서 어떻게든 빼긴 빼야 하는데..ㅜㅜ

주말부부가 싫어서 결혼했는데 다시 주말부부가 되다니. 없던 월요병도 생기려고 한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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