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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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집순이

앤_ 2016. 12. 7. 18:02



어제는 몹시 맑았다. 따뜻한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니 밖으로 나가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한시간 좀 안되게 집 앞 천변을 걸었다. 갈대인지 억새인지 천변에 자라는 풀들이 눈부셨고 바람이 불자 꽃씨 같은게 날려 공기중에서 반짝거리니 꼭 내리는 눈 같기도 했다. 오늘 노을도 아름답겠구나하고 기다렸다가 밤하늘을 찍었다. ​특별한 일 없이 날씨가 아름다운 날이었다.

아파트에 작은 장터가 서는 날이었다. 사실 장터는 장사가 잘 안되어 작년에 비해 점포가 줄었고 지금은 야채와 생선을 파는 점포조차도 오지 않는다. 떡볶이등을 파는 분식집과 닭강정 미니트럭, 뻥튀기 아저씨, 과일가게만 고정적으로 오고, 나머지 점포는 왔다가 사라졌다가 다른 분이 다시 왔다가 한다. 아무튼 몇 안되는 곳 중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팔고 있었는데, 한팩에 6천원밖에 안하는 거였다. 산책하며 들어올 때 냉큼 두 팩을 사왔고 어제, 오늘 입이 호강하고 있다. 과일도 채소도 제철이 있는거고, 그때 먹는게 싸고 맛있는 줄 알았는데, 불과 몇년 전에 어딘가에서 가장 먼저 맺히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글을 본 뒤 비싸도 먼저 나오는 것들도 사보곤 했다. 그리고 후자가 더 맞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진짜로 가장 먼저 맺히는 것이라 맛있는지, 아니면 계절을 기다렸다 못 참고 먹는 것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따뜻한 욕조물에 몸 담그고 있다. 영화보고 꽃사고 커피마시고 장도 보고 싶은데 그걸 한 곳에서 다 할수 있는 동네가 여긴 없다. 차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주차가 편한 것도 아니고.. 매일 아침마다 동선을 짜다가 그만두게 된다. 정말이지 씨지비에서 영화볼때 같은 씨제이 계열의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 사서 들어가는게 당연한 줄 알았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 내부가 깨끗한 씨지비 모 지점에는 투썸이 없고 팝콘 파는 매점 코너에 라바짜 커피인가를 팔더라. 맛은 없었고.. 불편 때문에 취향을 바꾸는거 더이상은 싫다. 물론 다른 지점에 가면 영화관과 같은 층에 투썸이 입점해 있지만 거긴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가 많아 영화보는 내내 어떤 유형의 몰상식에 괴롭힘 당하곤 했다. 그리고 좌석 시트가 어마어마하게 더러운 것 같고 ㅜㅜ

신동사 한번 더 보고 미씽도 보려고 했는데 오늘도 집순이 했다. 오늘은 날씨가 별로였다는 핑계를 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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