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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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추워졌다.

앤_ 2017. 4. 14. 11:10


날씨가 추워질거라고 하더니 정말로 오늘은 몹시 춥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베란다의 낡은 방충망이 덜컹거리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아침으로는 좋아하는 빵과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먹었다. 게으른 고양이들은 소파에 꼭 붙어 누워 있다. 나는 조금 이따 화원에 다녀올 생각이다. 이번 주말에 시댁에 내려가는데 선물로 가져가려고. 시부모님 취향은 모르겠어서 그냥 내가 보기에 이쁜 것, 내가 집에 놓고 보고 싶은 걸로 사려고 한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나는 워낙 친구도 없고, 있는 친구들도 생일이라고 간지러운 축하 연락을 주고 받는 성격이 아니라서 생일에도 가족들 축하 연락만이 전부였다. H와 외식하고 케이크 먹고,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선물로 달라고 얘기하거나, 아무튼 H한테나 생일이라고 축하를 받았지 딱히 시끄럽게 축하를 받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제는 아침에 설거지를 하다가 내일이 내 생일이구나, 아빠가 계셨으면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엉엉 울었다. '공주야, 생일축하한다. 건강 유의하렴.' 하고 늘 짧은 내용이 전부였던 문자였다. 아빠와 문자를 자주 주고받는게 아니었으니 생일날 만큼은 아빠한테 연락이 오겠구나 했다. 아빠가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가 점심 먹고 멀뚱히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H가 연락이 와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좋아하는 케이크를 건네 주었다. 다른 도시에 파는 케이크인데, 업무 때문에 다녀오다가 샀다면서 저녁 때 먹자고 주고 갔다. 날짜 맞춰서 사오려고 조정해서 다녀왔겠지 싶어 고마웠다. 어제 저녁에 H는 한입도 안주고 혼자 반이나 먹었다. 잘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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