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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헨리크 입센)

앤_ 2014. 2. 5. 16:50

 


인형의 집

저자
핸리크 입센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0-05-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난 완전히 독립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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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의 헨리크 입센 희곡선집으로 '인형의 집'과 '유령'이라는 두 작품이 실려 있다. 

 

우선 '인형의 집'은 제3막에 이를 때까지 너무 뻔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가정 내에서 여성의 지위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남편에게는 종달새처럼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전부라는 당시 여성의 역할을 계몽하기 위한 작품으로 여겨졌다. 나중에 역자해설에서는 이 희곡이 그저 여성해방 뿐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당시 작품을 읽을 때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보다는 제 3막에서 항상 인형취급을 받던 노라가 자신의 남편이 어떤 인간 말종인지를 깨닫고 가슴 속에 있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뱉어내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붙잡는 남편을 뿌리치고, 아이들까지 내세우며 '아내의 신성한 의무' 운운하는 남편에게 자신에 대한 의무가 더 중요하다고 제대로 한 방 먹이고 미련없이 집을 떠나버리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깊고 그렇게 속이 후련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근대역사에서 사회적 약자로 취급받는 대상들을 주제로 그들의 권익보호와 관습타파, 계층의 해방과 일반인 다수의 의식 계몽을 그 내용으로 하는 작품들을 읽을 때는, 그러한 내용이 다 지난 일로 현대 사회에서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고 그래서 더 이상 별 가르침을 주지 않는 진부한 이야기로 읽혀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어머니' 역할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그것을 굉장한 희생을 요하는 숭고한 역할로 인식하는 여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가족은 소중하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삶 역시 중요하다는 걸 항상 잊어서는 안 되겠다. 

 

두번째 희곡인 '유령'의 경우는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시쳇말로 하면 약간 막장드라마 요소가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막장에서는 그걸 얼마나 개연성있게 꾸며내고 독자로 하여금 정당화시키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희곡이다 보니 그런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무해서 흥미가 떨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무대 위에 올린다면 '유령'을 상징하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매력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구나 겉과 속을 알 수 없는 '엥스트란트' 캐릭터는 연극에서라면 누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 전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역자해설의 내용이 아주 좋았다. 나는 세계문학을 그냥 그때그때 읽고 싶은 것을 골라 읽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작품을 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설에서 작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그의 작품에 대한 당대의 평가, 현재의 평가, 그리고 해당 작품에 대해 작가는 무엇을 의도했으며 어떻게 읽히길 바라는지 정도의 정보가 들어 있으면 이해에 아주 도움이 되는데, 이 책의 역자해설은 그런면에서 아주 금쪽같은 해설이었다.  

특히"희곡을 단지 공연을 위한 대본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희곡의 문학적 구조와 그 토양에 대한 이해는 매우 진부하고 불필요한 발상이며, 연극의 희곡 문학적 예술성에 대한 언급 또한 무의미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나 역시 을 읽으면서 굳이 희곡을 연극으로 보지 않고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아쉽게도 그 답은 실려 있지 않았지만,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지루하지 않고 읽는 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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