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순간들/아빠 (17)
Fright Night
어제는 서울에 다녀왔다. 아빠는 지난달에 2차 색전술을 받고 퇴원하시고 3주만에 있는 검사 때문에 다시 서울로 가셨다. 우리 올케언니는 가끔 부모님이 계시는 도시로 출장을 가는데 이번엔 일부러 월요일로 출장을 잡아 저녁에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저녁에 도착하셔서 늘 입원하시는 요양병원으로 가셨고 화요일인 어제는 진료가 있었다. 지난주쯤 발등과 발목이 붓는 부종이 생겨서 증상 때문에 진료가 있었다. 나는 오전에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점심때가 조금 지나 요양병원에 도착했고, 병원 셔틀차량을 타고 가서 진료를 보았다. 주치의는 항상 진료시간이 1분내외로 아주 짧은데, 이번에도 부종이 있다고 하니 이뇨제를 드시라, 기침이 있다고 하니 기침약을 드시라며 진료가 끝났다. 몇번이나 겪은 일..
어제 아빠 병원에서 지난달 색전술,방사선치료 받은 결과 들었습니다. 다행히 치료효과가 있고 암수치도 떨어졌다고 불필요한 진통제와 식욕촉진제도 처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고, 몇일뿐인 안도감이라고 해도, 가족들 모두 좋은 소식에 기뻐했습니다. 기도해주시고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시간 나면 상세한 내용 포스팅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 8시쯤 오빠네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지하철역에 내렸는데 벌써 줄이 길었다. 대부분 노인들이거나 환자분들. 그냥 걸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불가리스와 바나나를 샀다. 색전술을 받고 나면 몇시간동안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게 생각나서 편의점에서 목이 꺽이는 빨대도 몇 개 챙겼다. 암병동까지 걸어가니 시간이 꽤 걸려 아빠 병실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벌써 색전술 받으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전날 간호사 말씀에 따르면 보통 오전에 색전술을 받는데 차례가 늦으면 오후가 될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금식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오전에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일찍 들어가게 될지는 몰랐다. 환자복도 갈아입으셨는..
6시 반에 출발했다. 남편이 운전을 했다. 벌써 며칠 째 운전을 많이 해서 피곤할텐데 그래도 내가 하는 것보다는 남편이 운전하는게 모두가 더 편하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를까 했는데 서지 않고 그냥 서울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9시가 채 안되었던 것 같다. 월요일이고 남편은 휴가를 냈는데도 8시 반부터 외부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 도착해 부모님께 먼저 로비로 가시라고 하고 우리는 지하로 가서 주차를 했다. 남편은 업무전화를 받아야 해서 나중에 올라간다고 해서 내가 먼저 올라갔다. 접수처로 갔더니 오늘따라 간센터 쪽은 사람이 적어 보였다. 우리 진료 예약 시간은 11시 10분이었는데 빨리 접수하면 진료를 빨리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검사결과는 오빠가 같이 들어야 할 것 같아서 기다렸다. 오빠는 ..
어제 잠들기 전, 엄마가 복층 계단 아래에 있는 오래된 생수통을 꺼냈다. 외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직접 담그신 매실 액기스라고 한다. 우리가 그 집에 이사를 왔을 때 넣어둔 것으로 최소한 25년 이상 된 것이다. 그 정도 묵혔으면 충분하다 생각하신 것인지, 어쩌다 얘기가 나와 기억이 나신 것인지 엄마의 속은 모르겠지만 그걸 꺼내자고 하셨다. 복층 계단 아래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들어가 있는데 가장 깊은 곳, 다 큰 우리들은 허리를 굽혀도 들어가기 힘든 구석에 생수통이 있었다. 무거워서 남편에게 꺼내달라고 했다. 입구는 비닐로 묶어져 있고 하얗게 먼지가 쌓였으며, 겉에서 보기엔 시커먼 액체가 들었는데 움직일 때 찰랑거리는 느낌이 들어 액기스가 아니고 포도주가 아닌가 했다. 사실 안쪽엔 큰 생수통이 두개가 들었..
나는 늦잠을 잤다. 일어나니 부모님은 아침을 챙겨 드셨다. 남편이 오기로 한 날이다. 전날 시부모님이 계신 통영에 도착했다고 했다. 아침 일찍 올 줄 알았는데 점심쯤 온다고 연락이 왔다. 엄마는 나가서 풀을 베고 어제 잎을 따서 삶아 말린 피마자 잎을 살펴보셨다. 피마자(아주까리)잎은 그렇게 삶아서 말려두었다가 정월대보름에 나물로 먹는다고 한다. 키가 제법 크고 줄기가 굵게 자라 몰랐는데 일년생이라고 한다. 나중에 뾰족뾰족한 가시가 달린 열매가 마르고 나면 그 안에 있는 씨앗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 저녁에는 다시 본가로 가야 했다. 그래서 또 비워질 시골집의 텃밭을 정리했다. 엄마가 배추 씨앗을 잔뜩 뿌려 빼곡하게 자란 어린 모종들을 솎아 텃밭에 자리를 만들어 옮겨 심었다. 엄마가 옮겨 심고 아빠가..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부모님이 시골집으로 이동할 준비를 거의 다 해놓으셨다. 시골집은 재작년에 부모님이 본가에서 차로 한시간이 안걸리는 거리의 시골에 구입하신, 텃밭 마당이 딸린 작은 집이다. 부모님도 은퇴를 생각하시며 부모님 고향 근처의 이곳저곳을 많이 알아보셨다고 한다. 마음에 꼭 드는 집이 나타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 집을 발견하고는 고민 않고 결정하셨다고 했다. 조립식의 작은 집과 텃밭은 한동안 부모님의 소일거리이자, 취미생활이자, 몰두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잡초를 베고 작은 과일나무들을 심고 자갈을 골라낸 땅은 텃밭을 만들어 토마토, 고추, 가지, 호박, 딸기 등을 심었다. 계절에 따라 상추, 배추, 무 씨앗도 뿌렸다. 주중엔 각자 일을 하러 가시고 주말이나 일이 없을 때는 그곳에서 ..
일기가 밀려서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지난주 수요일 글에 이어서.. 본관에 도착하니 안양에 사시는 이모가 도착해 계셨다. 엄마는 이모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리셨다. 붐비는 본관 로비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시라 하시고 나는 약국에 다녀온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생각해보니 아빠랑 함께 다녀올 걸 엄마와 이모가 얘기하는 동안 아빠를 곁에 둔게 지금은 마음에 걸린다. 나도 아직 울음 옆에 가만히 앉아 있을만큼 강하진 못하다. 우리 이모부는 몇년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지금 아빠가 입원한 병원에 1년간 입원해 계셨고 이모가 그 기간동안 병원에 계속 같이 계셨다. 그게 벌써 9년 전이라고 한다. 이모부는 척추에 전이가 되어 걷지 못하는 상태로 병원에 들어오셨고, 긍정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분이라 병원에서도 ..
아빠가 오늘 1차 색전술을 하셨다. 나는 어제 오빠네서 자고 오늘 아침에 병원에 왔는데 9시가 되기 전 도착하니 벌써 색전술 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계셨고 금방 이동하여 9시에 혈관조영실로 이동하셨다. 수술도 아니고 '시술'이라고 부르지만 환자복에서 수술복으로 갈아 입으시고 링겔을 달고 가만히 누으셔서 침대째 이동하여 문 너머로 실려 들어가는 아빠를 보는 것은 무섭고 슬펐다.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아빠 병실에 다시 올라와서 엄마와 기다렸다. 침대가 빠져나간 공간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도 소곤거리며 기다리고 있으니 딱 한시간 걸려 아빠가 들어오셨다. 침대가 제자리를 잡고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체온을 재고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나가셨다. 아빠가 덥다고 하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