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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아빠

부산아저씨.

앤_ 2016. 12. 21. 19:14

어제는 서울에 다녀왔다. 아빠는 지난달에 2차 색전술을 받고 퇴원하시고 3주만에 있는 검사 때문에 다시 서울로 가셨다. 우리 올케언니는 가끔 부모님이 계시는 도시로 출장을 가는데 이번엔 일부러 월요일로 출장을 잡아 저녁에 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KTX를 타고 서울로 갔다. 저녁에 도착하셔서 늘 입원하시는 요양병원으로 가셨고 화요일인 어제는 진료가 있었다. 지난주쯤 발등과 발목이 붓는 부종이 생겨서 증상 때문에 진료가 있었다. 나는 오전에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점심때가 조금 지나 요양병원에 도착했고, 병원 셔틀차량을 타고 가서 진료를 보았다. 주치의는 항상 진료시간이 1분내외로 아주 짧은데, 이번에도 부종이 있다고 하니 이뇨제를 드시라, 기침이 있다고 하니 기침약을 드시라며 진료가 끝났다. 몇번이나 겪은 일이라 처방전만 받고 돌아왔다. 부모님 계신 병원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늘 오빠네 집에 며칠 묵었었고 내일 CT촬영과 채혈,엑스레이 검사가 있어서 하루 더 있다 내려와도 괜찮았는데 오빠네 집에 매번 신세지는 것도 미안하고 부모님도 점차 두분이서 병원 다니는 일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 그냥 내려왔다. 오늘 연락을 받았는데 검사도 잘 다녀오셨다고 한다.

지난번에 병원에 머무시면서 알게 된 다른 환자분이 있다. 부산에서 왔다는 아저씨였는데 보호자로 아주머니가 같이 다니셨고 우리 부모님보다도 나이가 어렸다. 우연히 셔틀차량을 타고 다니다 알게 된 분이었는데 아빠처럼 간암 환자였다. B형 간염이 있어서 매년 건강검진을 하고 20년 넘게 치료를 받아 왔다는데 1년만에 급성으로 나빠진 경우였다. 수술이 안된다고 해서 임상실험을 받고 있는데 통증이 심해 제대로 눕지도 못한다고 했다. 고향도 가깝고 아빠와 같은 병세에 젊은 부부가 아는 이 없이 다니는게 부모님 마음이 많이 쓰였던 터였다. 요양병원도 처음이라고 했다. 매번 삼성병원에서 어떤 치료가 끝나면 바로 퇴원시키기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도 어쩔 수 없이 부산으로 내려가곤 하셨나 보다. 우리도 그런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엄마가 병원에 꼭 며칠이라도 입원을 해 있으라, 여기 원장님도 의사이기 때문에 상태에 따라 약을 처방해 주고 상담을 해주시니 집에 무작정 내려가면 마음만 불안하지 않느냐, 통증이 심하면 삼성병원에 진료를 잡아 더 강한 진통제를 처방받아라, 자주 병원에 전화해서 진료예약을 잡으라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신 것 같다. 그러면서 알게된 사적인 이야기들은 더 안타깝기만 했다. 

수술도 안되고 치료법도 없어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는 그 부산아저씨는 아빠가 3주간 집에 내려가 있는 동안에도 계속 그 요양병원에 계셨다고 한다. 월요일에 부모님이 다시 입원을 했을 때, 시간은 많이 늦어 10시가 다 되었었다. 엄마는 마음이 쓰여 늦은 시간이었지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우리가 다시 병원에 왔는데 아직 입원해 있냐고, 아저씨 몸은 어떠시냐고 물었는데, 그 날 상태가 많이 나빠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고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고, 의사가 오늘밤이 고비라고 했다고 한다. 화요일에 도착한 나에게 그 얘기를 하는 엄마는 자꾸 눈이 젖었다. 연락을 해봐야 하는데 혹시라도 좋지 못한 소식을 듣는게 무서워 더이상 연락을 못했다고 하면서. 그리고 오늘 검사를 다녀와서 아빠가 병원 근처로 운동을 나가신 동안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산아저씨는 월요일에 별세하셨다고. 아저씨 연세는 51세였고 종양은 아빠보다 1센티 작았다. 몸이 마른 아저씨를 모시고 큰 캐리어를 끌고 다니던 작은 체구의 아주머니가 자꾸 생각이 난다. 눈가가 늘 붉었던 아주머니. 아저씨가 좋은 곳으로 가셨길, 남은 가족들이 다시 행복해지실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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