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과 영화 (19)
Fright Night
의식의 흐름에 따른 관람 후기해리포터 시리즈가 영화로 끝나고 나서 허전함과 상실감이 이루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가 영화로 나와준다니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르겠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개봉일에 봐야한다는 전통에 따라 H에게 며칠 전부터 단단히 일러두었고, H 퇴근 후 만나 영화관으로.사실 연초에 올해 영화가 개봉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시큰둥 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책도 읽지 않았었고, 기존 해리포터 영화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인가, 주인공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고 궁시렁궁시렁.. 하지만 예고편 스틸사진 몇 컷 보고 난뒤로 발을 동동 구르며 개봉일에 봐야 한다고 진상을 부리고 오랜만에 기대에 부풀었다. 영화 시작할 때 해리포터 ost가 잠깐 나오는데(3초?ㅠㅠ..
웹에서 책소개를 보았을 때부터 내용이 무척 궁금했었다. 나도 어릴적부터 문구류를 참 좋아했고, 지금도 툭하면 문구점 구경을 가서 다 쓰지도 못할 노트와 펜들을 사모으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디서고 볼펜은 흔한 물건이 되었지만 내가 '국민학생' 시절에만 해도 연필도, 볼펜도, 지우개도 귀했다. 당시 내게는 일본에 가 있는 삼촌이 한 분 계셨는데, 조카생각에 가끔 일제 학용품을 사다주었다. 어렸지만 일제 문구가 국산보다 훨씬 질이 좋고 디자인도 이쁘다는 걸 나는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절약정신을 가르치고자 몽당연필을 가져오면 새 연필 한자루를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삼촌이 사다준 고급 문구류는 내 키가 닿지 않는 서랍장 맨 윗칸에 잠들어 있었고, 몽당연필을 가져가면 엄마가 서랍을 열어 새 연필을 한자루 ..
폐허의 도시(IN THE COUNTRY OF LAST THINGS)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다. 당신이 어느 곳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입구가 출구가 되지 않으며, 방금 당신이 들어섰던 문이라도 돌아서 보면 그 문이 사라지고 없을 수도 있다.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그런 일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럴 때마다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130 그렇다고 그 문제를 여러 면에서 고려할 때,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도 없고,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문제는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 그 자체에 있었다. 말하자면, 도..
열대탐닉 -신이현 한때 나 또한 통과했던 청춘, 그때는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 버리기를 기도했다. 청춘이 싫었고 인생이 싫었다. 마구잡이로 인생을 소비했던 시절이었다. 이제 다 지나와 버렸는데, 이곳에 오니 새로운 청춘들이 열기를 띠고 붕붕 날아다니고 있었다. 술을 홀짝이며 그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지랄 같았다. 여기에 오려고, 빨리 늙어 버리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늙어서 청춘을 보고 있지니 갑자기 퇴물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쯤해서 청춘을 다 써버린 빈 껍질은 집에나 가야겠다. 이곳 사람들은 아침을 집에서 먹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밥을 먹었다. 식당도 아침 시간이 가장 붐볐다. 나는 이 습관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침부터 불을 피우고 음식을 볶고 그릇을 씻는 일들은 하루를 ..
연말에 읽으려고 빌렸던 책들이다. 아래 두권은 만화책이고 위의 두권은 짧은 에세이 모음집. 도서관에서 같은 책장에 있길래 생각없이 뽑아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의 두권은 반쯤 읽다가 포기하고 그냥 반납했다. 순서는 아래의 책들부터 위로. 1. 독립생활 다이어리 '이걸 내가 왜 빌렸지?'하고 자아성찰을 하게 만든 책. 올해로 긴 독립생활을 마쳤는데 머리속에는 옛날의 감각,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만화책이라 그냥 봤는데 역시나 옛날처럼 공감이 되거나 하지도 않고, 내 독립생활은 이것보다 더 궁핍하고 참담했기 때문에, 하하하.... 2. 아무래도 싫은 사람 한참 유명했었는데 나도 몇몇 페이지에선 고개를 끄덕끄덕. 3.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같은 작가인데 이..
잘 쓴 리뷰들이 많아서 나는 간단하게 기록만 남겨두기로 했다. BBC의 셜록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매우 즐거웠다는 점, 하지만 시즌을 보지 않고 한편의 영화로서 보러 간 동행인은 이게 뭥미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 특별영상 부분도 나는 입을 벌리고 봤는데 극장안의 절반 이상은 그냥 빠져나가더라는.. 날리는 눈발 속에 마차가 달리고 케이프 코트와 담뱃대를 물고 있는 셜록이나, 왓슨의 콧수염도 좋았다(그렇다 현대판에서 콧수염 기른 왓슨도 나는 좋아했다..). 배우들이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달리하고 같은 역할로 등장하는 것도 즐거웠고 여러모로 팬들의 재미를 배려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스토리만 떼어 봤을 때 시즌3에서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기 위한 스토리로 보이지 이것이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며 쓴 글. 초반에 이 주제가 얼마나 포괄적이고 특정하기 어려운가가 잠깐 언급되는데, '여성', '픽션', '여성과 픽션'에 대하여 작가 특유의 문체로 풀어나가는 점이 놀랍다. 그래서 주제에 대한 인문학적 글이라는 느낌과 함께 에세이 같기도 하고 숨을 참았다 놓았다 하면서 읽게 된 글이었다. 작가는 백년 전, 현재, 또 백년 후의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자연히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착취당하고 폭행당하는 존재로서의 여성. 여성에 대하여 남성이 쓴 글은 많은데 남성에 대하여 여성이 쓴 글은 적다거나, 전쟁에 대하여 쓴 글이 상점에서 일어난..
올해의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와일드'라고 할 수 있을만큼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다. 감명깊다,라는 말이 꼭 학생 때 독후감을 쓸때나 사용할 뻔한 단어인데도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책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나는 엄마와 딸을 소재로 하는 것에 참 약하다. 그래서 툭하면 가족드라마가 펼쳐지는 한국문학은 읽지 않는다. 반면에 외국소설에는 이 소재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엄마를 잃은 딸이 될대로 인생을 살아가다가 PCT를 걷기로 작정하면서 와일드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그간의 인생을 청산하고 엄마를 용서하고 놓아주고 비로소 자기애를 가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산속에서 다리를 번갈아가며 내딛는 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해가 지면 텐트를 펼치고 야생의 소리 외에는 아..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프랑수아즈 사강 시리즈 네권을 모두 수집하고 읽었다. 분명히 추천에 의해 관심을 가졌으나 책 디자인이 이뻐서 수집했음을 부정할 순 없다. 네 권을 조로록 늘어놓으면 이쁘다. 나는 이 시리즈를 연달아 읽은게 아니라 텀을 많이 두고 읽었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책들의 줄거리나 소감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읽을 때는 작가만의 문장 스타일에 녹아들면 몰입해서 술술 읽히지만 그렇다고 독자의 독해력을 배려하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여러 문장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도 했다. 단순 연애소설이라 하기엔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뻔하지 않고 독특한 부분이 있고 소설로서 짜여진 틀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간결하고 불필요한 인물묘사 따위가 없기 때문에 읽고 나면 ..
개를 그리다 저자 정우열 지음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4-01-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올드독 작가 정우열과 반려견 소리 그리고 풋코의 동고동락 10년... 이 책에 묶인 만화와 사진들은 소리와 풋코, 두 마리 귀여운 와이어폭스테리어의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된 생활양식으로서 개와 사람의 동거를 기록한 일기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동물의 반려를 통해서만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낙과 조용한 각성,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높이가 포함된다. 내가 볼 때 정우열 작가는 개를 귀여워한다기보다 흠모한다. 그들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김혜리 기자 의 추천의 글 중에서 정우열 작가는 무슨 견종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소리와 풋코의 오랜 팬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면서도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