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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wild - 셰릴 스트레이드

앤_ 2015. 12. 23. 23:40



올해의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와일드'라고 할 수 있을만큼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다. 감명깊다,라는 말이 꼭 학생 때 독후감을 쓸때나 사용할 뻔한 단어인데도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책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나는 엄마와 딸을 소재로 하는 것에 참 약하다. 그래서 툭하면 가족드라마가 펼쳐지는 한국문학은 읽지 않는다. 반면에 외국소설에는 이 소재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엄마를 잃은 딸이 될대로 인생을 살아가다가 PCT를 걷기로 작정하면서 와일드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그간의 인생을 청산하고 엄마를 용서하고 놓아주고 비로소 자기애를 가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산속에서 다리를 번갈아가며 내딛는 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해가 지면 텐트를 펼치고 야생의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환경에서 주인공은 얼마나 오랜 시간 엄마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 오히려 나라면 여행의 시간이 끔찍했을 것 같다. 물론 떠나기전엔 몰랐겠지만, 벗어나고 싶은 고민과 현실 때문에 어딘가로 떠난다면 사실은 떠나간 곳에서도 그 생각 외에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답을 찾거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최소한의 용기를 갖는 것이지 없었던 일인셈 칠수도 아니면 하늘에서 뚝하고 해결책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한편으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지금 나는 시간도 돈도 마음의 여유도 충분히 있는데 지금 어딘가로 떠난다면 현실도피일 뿐이라는게 너무도 명확해서, 나약해지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현실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참 공감도 많이 하고 여성으로서 대단한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읽고 나니 절대로 혼자 산속이나 황야나 아무튼 사람이 없어 내가 죽임을 당해도 발견이 안될만한 곳은 혼자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책에서 글로만 묘사된 풍경들과 기후를 영상으로 보여주기에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영화로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자체도 참 잘 만들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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