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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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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앤_ 2016. 8. 2. 15:06


웹에서 책소개를 보았을 때부터 내용이 무척 궁금했었다. 나도 어릴적부터 문구류를 참 좋아했고, 지금도 툭하면 문구점 구경을 가서 다 쓰지도 못할 노트와 펜들을 사모으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디서고 볼펜은 흔한 물건이 되었지만 내가 '국민학생' 시절에만 해도 연필도, 볼펜도, 지우개도 귀했다. 당시 내게는 일본에 가 있는 삼촌이 한 분 계셨는데, 조카생각에 가끔 일제 학용품을 사다주었다. 어렸지만 일제 문구가 국산보다 훨씬 질이 좋고 디자인도 이쁘다는 걸 나는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절약정신을 가르치고자 몽당연필을 가져오면 새 연필 한자루를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삼촌이 사다준 고급 문구류는 내 키가 닿지 않는 서랍장 맨 윗칸에 잠들어 있었고, 몽당연필을 가져가면 엄마가 서랍을 열어 새 연필을 한자루 꺼내주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어렸을 때도 문구류 욕심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또래에 비해 키가 컸기 때문에 문구류가 들어있는 그 서랍장 맨 윗칸에 손이 닿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엄마의 감시를 피해 몰래 서랍을 열고 줄지어 선 새 연필들, 아직 끝이 깎이지 않은 예쁜 나무막대기에 불과한 연필들과 귀여운 동물모양의 지우개들, 볼펜들을 마치 금은보화 보듯 훔쳐보았다. 몰래 꺼내쓰면 엄마가 눈치 챌 것 같아 그냥 서랍을 열고 물건을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처음과 같게 넣어두기만 했다. 그건 어렸을 적 나의 즐거움 중에 하나가 분명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고, 그 짧은 몇년간 문구류는 제법 흔해졌다. 나는 더이상 몽당연필과 새연필을 교환받는 것을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 서랍장 속의 문구류는 내가 아무렇게나 꺼내 써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몰래 훔쳐보며 만지작거리는 동안 진짜 금은보화라도 되었는지, 나는 그것들을 어느 순간부터 꺼내쓰지 않았다. 중학생이 될때까지 서랍장 속엔 그것들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색색깔의 잉크펜들에 마음이 뺏겨 오래된 연필이나 검은 볼펜에 대한 생각이 멀어졌다. 자연히 어린아이의 금은보화는 잊혀져 갔다. 

아직도 그 서랍장은 같은 장소를 지키고 있지만 서랍장 안에는 더이상 문구가 들어있지 않다. 아마 자녀들이 집을 다 떠나고 나서 엄마가 정리해 버린 듯 했다. 그래도 나는 집에 가면 그 서랍장 맨 윗칸을 가끔 열어본다. 뻑뻑해서 잘 열리지 않는 것은 어릴 때도 같았는데 무슨 힘으로 열었는지 모르겠다. 일본 문구류에 대해 카탈로그식으로 쓰여진 이 책을 보면서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 집에 있는 서랍장 하나를 비워 문구류를 채워 넣으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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