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160921 수요일. 검사, 검사, 검사(2) 본문

일상의 순간들/아빠

160921 수요일. 검사, 검사, 검사(2)

앤_ 2016. 9. 27. 11:45

일기가 밀려서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지난주 수요일 글에 이어서..


본관에 도착하니 안양에 사시는 이모가 도착해 계셨다. 엄마는 이모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리셨다. 붐비는 본관 로비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시라 하시고 나는 약국에 다녀온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생각해보니 아빠랑 함께 다녀올 걸 엄마와 이모가 얘기하는 동안 아빠를 곁에 둔게 지금은 마음에 걸린다. 나도 아직 울음 옆에 가만히 앉아 있을만큼 강하진 못하다. 

우리 이모부는 몇년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지금 아빠가 입원한 병원에 1년간 입원해 계셨고 이모가 그 기간동안 병원에 계속 같이 계셨다. 그게 벌써 9년 전이라고 한다. 이모부는 척추에 전이가 되어 걷지 못하는 상태로 병원에 들어오셨고, 긍정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분이라 병원에서도 항상 크게 웃고 책도 읽고 계속 운동을 하시며 지냈다고 한다. 나도 그때 엄마와 병문안을 온 적이 있다. 입원해 계시는 동안 수술도 하시고 항암치료도 받으셨고 밝은 이모부 덕분에 이모도 비록 병원이지만 밝게 지내셨다고 한다. 이 병원이 그렇게 지긋지긋해서 이모부 돌아가신 후에는 옆을 지나갈 때도 병원 쪽은 쳐다도 보기 싫어 고개를 돌리셨는데 한 9년 만에 다시 오니 길이 헷갈리더라며 웃으며 얘기하셨다. 

아빠가 편찮으시고 통 음식도 못드시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엄마를 이모께 맡겨두고 아빠와 검사를 하러 갔다. 뼈검사를 위해 주사를 맞은 상태였고 그 중간에 mri를 찍어야 했다. 본관 지하에 있는 mri촬영실은 찾기 어려웠다. 전용 엘레베이터라고 작게 써붙어 있는 1대의 엘레베이터만 mri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가 많아 엘레베이터를 타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다. 금식 상태로 금방 피곤해지는 아빠가 체감시간 10분이 넘도록 서서 엘베를 기다려야 해서 염려가 되었다. 지하로 내려오니 사람도 없고, 넓고 밝은 윗층들과는 다르게 웅웅거리는 소리와 무거운 공기가 돌았다. 접수실도 밖에서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의사께 물으니 마침 mri촬영실에 계신 분이라 친절히 안내를 해주었다. 아빠는 1시쯤 예약되어 있었고 12시가 되기 전부터 기다렸다. 다른 검사들은 예약시간이 있어도 일찍 가면 조금씩 빨리 진행이 되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술후 촬영을 하는 환자들이 있어서인지 mri만은 본래 예약시간이 다 되어서야 들어갔다. 처음 상담실에서 이틀뒤 새벽 1:50으로 예약을 잡아줬던 점과 이러한 환경을 알게 되니 당일에 다른 검사를 하러 와서 이렇게 중간 시간으로 당겨진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mri 대기실은 좁고 소파도 너무 푹 꺼져 불편하고 자리 자체도 몇 없고 춥기까지 하다. 대기실 안팎을 왔다갔다 하며 기다렸다. 아빠의 이름이 불린 뒤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혹시 몸 속에 이러이러한 것이 들어있지 않은지 확인절차를 거쳤다. 아빠는 몇년 전 무릎수술을 받으시면서 핀을 넣으셨다고 했고, 가끔 mri를 촬영할 수 없는 물질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사전에 아빠가 수술을 받은 병원에 분주히 전화를 돌려 확인을 받았다. 옷을 갈아입고 조금 더 대기하다가 들어가셨다. 식사 후 촬영실 쪽으로 오신 엄마, 이모와 함께 기다렸다. 한시간쯤 지나 아빠가 나오셨고 촬영하며 맞은 주사 때문에 어지럽거나 메스꺼림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사실을 몰랐고, 먼저 주사를 맞고 예약된 뼈검사 시간이 촉박해져 아빠를 모시고 다시 이동했다. 

핵의학과에서 주사를 맞은 후 다시 올때는 몇시에 오라고 적어준 쪽지에 있는 시간에 맞추어 갔다. 핵의학과 대기실은 유독 어린아이들이 많다. 울음소리도 많이 들린다. 접수대에 환자가 왔다고 알렸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여 앉아 있었다. 그런데 몇시간 전에 왔을 때보다 환자도 적어 보이고 별로 분주해 보이지도 않는데 안내가 없었다. 금식도 오래 하고 이것 저것 주사를 많이 맞은 아빠의 안색이 안좋아지고 힘들어 하셔서 재차 접수대에 가서 이번엔 다른 간호사께 환자가 힘들어 한다며 검사 진행을 부탁드렸다. 소변을 본 뒤 탈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안쪽 대기실에 잠깐 앉아 있다가 아빠는 들어가셨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아빠가 다시 나오셨다. 오늘치 검사가 다 끝나서 모두가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아직 밥을 못 먹은 아빠와 나를 위해 맛있는 것 먹자며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이곳 식당을 잘 몰랐는데 1인에 2만2천원하는 정식을 3개를 시키고 엄마가 흔쾌히 계산하셨다. 멀리서 와 주신 이모와 여러가지로 검사가 당겨져 집이 멀리있는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준 점, 새벽부터 병원에 와있다가 한결 마음이 가벼워져 기분이 좋아지셨나 보다. 나물 몇가지와 된장찌개가 나오는 정식이었는데, 아빠는 조영제 맞은 것 때문에 속이 안좋아 억지로 조금 드셨다. 평소에도 국이 없으면 식사를 잘 못하시는데 함께 나온 된장찌개는 우리집에서 도통 먹지 않는 차돌박이 고기가 들어간 것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나도 된장찌개는 몇 숟가락 뜨는 둥 하다 말았다. 그래도 함께 나온 나물들은 맛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뭐든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나는 한그릇을 깨끗이 다 비웠다. 

이모와 인사를 하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오빠네 집으로 돌아왔다. 실은 어제 밤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좁은 방에 함께 누워 있는 아빠엄마에게 들키기 싫어 숨죽인채 계속 울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 잠도 오지 않고 그렇게 누워 뒤척거리다가 새벽이 다 되어 두세시간 정도 잤던 것 같다. 오늘 아빠 검사가 끝나고 나니 피로가 마구 몰려와 밥을 먹고 누워 금방 잠이 들었다. 세수를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른 채. 다음날 오빠와 언니가 출근한 뒤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