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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기록

동물병원 도장깨기

앤_ 2017. 1. 6. 16:33

수건 한장 깔고 캣닢 뿌려 줬더니 신나서 뒹군다. 오랜만에 줘서 더 신나하는 듯, 캣닢 가루 치우는 건 너무나 귀찮지만..

우리집 고양이들의 이름을 여기에 적지 않는 이유는 혹시나 아는 이가 검색해볼까봐서. 오래 쓰던 네이버 블로그를 버리고 옮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 그런데 아무래도 이름을 부르지 않으니 불편해서 이제부터는 노랑이와 까망이로 부르겠다. 노랑이는 11살, 까망이는 10살이다. 노랑이는 가정집에서 태어나 엄마젖을 많이 먹고 유아기를 보냈기 때문인지 건강하고 아직 아픈 곳이 별로 없지만, 까망이는 길냥이로 태어나 새끼 때 고생을 너무 해서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도 삐쩍 마르고 못생기기 짝이 없었다. 일년 정도 잘 키우니 살도 오르고 이뻐졌지만 아픈 곳이 많았고 지금은 몇년 째 종양과 관절문제를 겪고 있다. 

내가 대전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어깨 관절 수술을 받고 플래이트를 대고 나사를 여러개 박는 수술을 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어깨 움직이는게 예전같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높은 곳을 뛰어오르거나 내리는 것 외에는 일상적인 생활은 다 가능하다. 대신에 움직이면 안되는 어깨 부위를 계속 움직이다 보니 뼈에 박아넣은 나사가 자꾸 빠져나와 피부까지 자극을 줘서 수술부위가 1년이 지나도록 아물지 못하더니 결국 구멍이 생겨버렸다. 피와 진물이 흘러나온지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 당시에 놀라서 병원을 찾아갔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많이 하고 간 곳이었지만 노후된 병원시설과 수의사의 소극적인 태도에 엑스레이만 한번 찍고 돌아왔다. 상처부위를 소독해주며 몇개월 더 지났는데, 얼마전에 보니 상처부위로 속살이 꽤 드러나고 까망이가 자꾸 핥아 자극이 되어 피와 진물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이상 미루면 안될거 같아 병원을 또 찾아보며 다녔다.

몇개월 전에 갔다던 병원을 1번 병원이라고 하겠다. 그 곳에선 의사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상처부위를 건드리면 속에 있는 종양조직이 자극이 될 수 있다며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큰 병원을 가보라고 얘기했다. 정확한 말을 생각이 안나지만 수술을 못한다가 아니라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굉장히 실망하고 돌아왔다.

2번 병원은 이번주 화요일에 다녀왔다. 손님이 많아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수의사 선생님은 아주 친절했지만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그곳에서는 수술이 안된다고 했다. 수술 후에 찍었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곳에서는 나사를 빼낼 때 쓰는 도구도 없고 정형외과 수술은 옆에서 잘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수의사가 최소한 셋 이상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추천을 좀 해달라고 했더니 근교에 새로 생긴 큰 동물병원과 앞에 갔었던 1번 동물병원을 소개시켜 주었다. 비록 수술은 안된다고 했지만 친절하게 상담해주어 고마웠다.

3번 병원은 오늘 다녀왔다. 그냥 앞에 소개받은 큰 동물병원을 갈까 했는데 비용도 너무 비싸고 수의사가 여럿 있는 곳에서 원장이 아닌 이상 책임감 없이 진료하는 경험을 많이 해서 좀 더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인터넷에 더 찾아보니 수술을 많이 하신 수의사라고 해서 찾아갔다. 그런데 여기서도 수술이 안된다고 한다. 입원시설도 없고 병원이 6시 반에 문을 닫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동물을 혼자 둘수도 없다고. 대신 정형외과 수술을 많이 하는 수의사가 있는 곳을 추천해 주었다.

그렇게 3개의 동물병원에서 거절을 당하고 나니, 그분들이 친절하긴 했지만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사 빼는 장비라고 해봐야 비싼 기계가 아니고 드라이버나 렌치 정도이고, 입원 동물이 있으며 필요에 의해 밤중에 한번 들러 술후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울에서 내가 만났던 의사들은 그랬다. 수의사로서 욕심이 없는 건지 고작 중성화수술과 피부병만 치료해도 먹고 살만 하다는 건지, 까다로운 병을 가진 동물은 그냥 큰 동물병원에 보내버리는게 편하다는 건지. 무척 실망스러웠다.

이번 주말에는 새로운 4번 동물병원에 갈 생각이다. 큰 병원이니 거절 당하진 않을 것 같은데 수술비와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필요하면 비상금이라도 탈탈 털어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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