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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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월요일

앤_ 2017. 1. 9. 17:00



잠깐 짬이 생겨 아빠가 입원해있는 병원 근처의 카페에 왔다. 오늘 원래 계획은 방사선과 교수를 만난 뒤 부모님과 고향집에 내려가는 거였다. 병원에 오래 계시기도 했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좀 드시고 하라고. 그런데 전이된 종양 중 하나는 방사선을 받았으면 한다고 해서 내일 또 검사받으러 가야하고 방사선 일정이 어떻게 잡힐지 모르겠지만 구정 전에도 어차피 또 검사하러 와야해서 왔다갔다 하느니 그냥 병원에 계시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는 살이 좀 빠졌고 황달이 있지만 여전히 많이 아픈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식사후나 일상적인 얘기를 할때면 얼굴에 생기도 돈다. 전이된 사실은 아빠에게 알리지 않기로 결정을 해서 오늘 진료 전에 간호사께 미리 부탁드렸고, 교수님이 보호자 먼저 들어오라고 해서 담당 주치의가 전이된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고 우리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며 사정을 설명했다. 방사선 교수님은 전이된 곳 중 방사선을 받았으면 하는 부위가 있다고 하셨고 우리는 더이상 치료가 안되는 줄 알았다며 치료가 가능하며 말씀드려도 될 거 같다고 하여 아빠를 들어오시라 해서 진료계획을 함께 들었다. 다만 이번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골반부위 외에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것은 아직 아빠가 모르시는 상황이다.

다시 입원 병원으로 돌아왔다. 점심은 죽을 먹었는데 아빠가 간식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근처에 마침 나가사키 카스테라지점이 생겨 작은 거 하나 사드렸고 엄마와 셋이 나눠 먹었다. 나는 이번주에 H 생일도 있고 까망이 수술도 더이상 미룰 수 없을거 같아 금요일로 예약을 해뒀는데 아빠의 치료일정이 아직 안잡혀서 어찌될지 모르겠다. 오늘은 오빠네 집에서 자기로 했다.

며칠전 우연히 예전 일했던 사무실의 현장직분들과 스쳐지나간 때문인지 오늘 실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그만둔지 6개월이 지났으니 업무관련 문의가 아직 있진 않을테고 그간 한번도 연락이 없었으니 아마 다시 나와서 일하라는 용건이 아닐까 싶었다. 아빠 때문에 병원에 있을 때라 전화를 받을 수도 없었고 받고 싶지도 않았다. 연락달라는 문자는 왔지만 무슨 용건인지 내용도 없고 전화가 한번 더 왔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일했던 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경험 정도로 치부하고 있고 다시 나아가려고 하는 중이니 어떤 경우든 다시 그 직장으로 돌아가는 건 내게 좋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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