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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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좋은 시도

앤_ 2017. 6. 30. 14:40



어제 4시가 되기 전에 저녁을 먹은 것은 좋은 시도였다. 세시간쯤 지나니 속이 많이 불편하진 않아서 저녁에 산책도 나가 아파트 두바퀴 돌고 들어왔다. 9시까지도 완전히 소화되진 않았고, 혹시 너무 일찍 먹어서 밤에 배고플까 걱정했는데 식욕부진&소화불량 덕분에 그런 일은 없었다. 10시가 지나 잠자리에 누웠는데 속이 좀 편해서 좋은 기분으로 누워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복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인지 새벽에 속쓰림이 와서 몇번 깨어 뒤척거렸다. 오늘은 5시 전에 밥을 먹어야겠다.

며칠 전 비가 온 덕분인지 어제 산책길에 늘 지나는 수국이 아주 화사해졌다. 꽃은 지난주에 이미 만개했었는데 색도 훨씬 짙어지고 싱그러움이 듬뿍 올랐다. 사진 찍으면 늘 보라색으로 나오더니 이제 제대로 파란색으로 나온다. 역시 비가 와야 한다.

비 내린 날 이후에 미세먼지도 뚝 떨어져서 창문 열어놓고 지냈는데 차츰차츰 다시 오르더니 오늘은 다시 창을 열기 힘든 수치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면 시야가 뿌옇다 못해 검은 먹구름이 낀 것 마냥 느껴진다. 노을 사진은 엄두도 못낸다. 오늘부터 남부지방은 비가 온다길래 조금 기대도 해보았지만 중부에 가까운 이 곳은 오늘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아침부터 창 닫고 에어컨 켰다. 숨쉬기가 불편하다.

입덧은 매일 불안하다. 입덧인지 몸의 다른 곳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인터넷에 증상을 여러번 검색하다가 죽을병 걸린거 아닌지 걱정된다는 나같은 사람의 경험담과 그 아래 출산하고 나면 다음 날부터 싹 낫고 소화가 쭉쭉 된다는 글들을 보며 위로를 얻는다. 이것도 임신때문인가 싶은 증상들도 찾아보면 기가 막히게 임신 중 나타나는 것들이다. 잘 못 먹어도 태아는 큰다고 하는데, 그게 산모의 영양분을 다 뺏어서 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출산 후에도 건강하려면 어째뜬 내가 잘 먹어야 한다고. 나는 아무래도 태아보다 내 건강이 중요하고 내 몸이 중한걸 보니 희생적인 엄마는 되지 못할 것 같다. 아빠 돌아가시고 장례 치르고 하면서 가족은 많을 수록 좋구나(부모 부양은 혼자선 힘들 듯 ㅜㅜ) 하고 내 가치관에 어떤 변화가 왔는데, 겪어보니 두번은 못할 짓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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