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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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일상 투덜거림

앤_ 2017. 11. 29. 18:45

요즘 불면의 밤을 며칠 보내서 그런가 너무 피곤하다. 불면증의 원인은 부쩍 심해진 냥냥이들 구토와 새벽에 방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칭얼거림, 그리고 태아가 커지면서 장기가 밀려 올라가기 시작했는지 몸을 뒤척거리는 것도 불편해서 수시로 깬다. 이삼십분 자다가 뒤척이느라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가 그렇게 힘들다. 책이라도 읽으면서 다시 잠을 청해봐도 눈이 더욱 또롱또롱 해지고 책이 더 잘 읽히는 부작용(?)이..ㅜㅜ

문제해결을 위해서 1. 냥냥이들의 구토를 잠재우기 위해 주식캔을 몇종류 주문했다. 누렁이는 건사료가 아니면 안 먹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져서(츄르도 거의 안먹음) 지금까지 몇번이나 캔을 사서 시도했다가 실패했는지 모른다. 캔을 주거나 캔에 사료를 말아주거나 하면 누렁이는 냄새만 맡고 가버리고 까망둥이 우루룽이 혼자 신나게 두그릇 먹다가 토하는 일이.. 자주 있기는 했다. 이게 구토예방을 위해서인데 별로 효과가 없는 듯한... 쓰고 나니 주식캔 왜 샀나 싶네. 2. 그리고 북라이트를 주문했다. 전자책 볼 때 제일 편한게 뭐니뭐니해도 누워서 보다가 탁 끄고 자는 거였는데 종이책 읽으려니 불이 필요하다는 원시적인 깨달음. 이사하면서 어디에 던져 넣었을 북라이트는 시도는 했으나 역시나 찾지를 못했고 그냥 아무거나 새로 주문했다. 며칠 방에 불켜고 읽다가 다시 불끄고 잠들어 보려고 시도하고 그랬는데, 몸 일으키기도 예전같지 않고 너무나 귀찮고.. 빨리 택배 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김장을 했다. 아빠도 안계시고 나도 내년이면 출국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김치 먹을 사람도 많지 않아 작은 배추로 15포기만 담았다. 엄마는 그게 못내 서운하고 서러운 모양이었다. 김장날 먹는 수육도, 굴도 없다. 일은 많이 줄었으나 며칠동안 고추, 쪽파, 마늘 따위 재료를 손질하고 장보러 다니고 하는 일들이 많긴 많더라. 나도 스무살 이후로 집을 떠나 매번 담아주는 김치를 받아먹기만 했으니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김장을 지켜본 일이 거의 처음인거 같다. 마늘이니 쪽파 같은거 그냥 시장에서 손질해서 까놓은거 사면 될텐데 돈 몇푼 차이와 그런건 믿을 수가 없다고 하니.. 아무튼 나는 배가 불러서 무거운 것도 못 들고 오래 서있거나 앉지도 못해서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 그냥 김장준비 하는동안 말동무나 하고 오늘 잔심부름이나 하며 거들었다. 

어제는 병원가는 날이었다. 택시타고 시내 나간 김에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다. 후렌치후라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ㅜㅜ 런치 라지 세트로 시켰는데 햄버거값이 택시비보다 더 쌌다. 그리고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는데 커트를 하고 파마를 넣는 특별할 것 없는 시술에 무려 다섯시간이나 미용실에 앉아 있었다 ㅠㅠ 긴머리 파마도 3시간이면 되는데, 경상권에 일하는 분들 답지 않게 얼마나 성격이 느긋하신지 정말.. 게다가 일년 넘게 모발에는 좋으나 뻣뻣하게 만드는 샴푸들을 썼더니 내 머리카락에 파마약이 안 들었다! 그래서 약 두번 바르고 열처리도 두번하고 간신히 열파마로 넘어갔는데 머리 감아놓은 것중에 열이 안들어간(기계이상ㅜ) 부분이 있어서 그것도 또 다시하고.... 다섯시간이라니, 좀만 더 보탰으면 비행기타고 남편보러 외국으로 날아갈 시간이었네. 덕분에 어제 밤엔 자꾸 아랫배가 땡겨서 또 잠 설쳤다. 심지어 머리가 그렇게 잘 나온 것도 아닌데, 뭐 파마 좀 풀리면 괜찮겠지..ㅠㅠ포기.

머리 기장을 훅 짤랐더니 감을 때 너무 가볍고 편해서 깜짝 놀라긴 했다. 그런데 역시 나는 웨이브진 긴머리가 어울리는거 같다. 단발로 하고 펌을 넣으니 아줌마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럴 나이긴 하지만서도.. 차라리 커트만 하고 펌은 하지말걸 싶기도 하고. 어제의 교훈으로 한 2년 꾹 참고 머리 길러야지.

시간은 지긋지긋하게 지나가고 있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이제는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도 없다. 가만히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요즘처럼 시간만이 답인 시기도 처음인거 같고. 임신에 대해서, 또 남편이 부재하는 시간동안 엄마집에 내려가 있기로 했던 결정에 대해서도 사실 요즘은 좀 후회하고 있다. 아빠를 보내고 우울하고 슬펐던 시간동안 내린 결정이었기에, 내가 감정적으로 결정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특히 엄마집에 머물기로 한 결정은, 지금 살펴봐도 혼자 있는 엄마를 위해서나, 내 한몸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위해서나 최선의 결정처럼 보이지만, 손바닥을 뒤집어보면 자유롭지 못한 시골 생활과 엄마가 가끔 털어내는 회한의 말들, 아빠에 대한 얘기들, 고양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미안함, 이런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농담으로라도 내가 여기 와있는 것에 대해 '잘됐네'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가 힘든 것이다. 결정은 내가 내린 것인데도 불구하고. 

휴, 아무튼 고양이들 제발 밤에 잠 좀 잤으면 좋겠다. 자꾸 새벽에 깨서 방문 열어달라고 나가고 싶다고 우는데 엄마가 거실에서 주무시기 때문에, 아빠 돌아가신 뒤로 티비를 켜놓지 않으면 못 주무신다고 거실에서 밤새 티비 켜놓고 주무심, 방문 안 열어주니까 진짜 죽어라고 한시간씩도 찡찡거리고, 나는 피곤하게 겨우 잠든 엄마가 고양이들 울어서 또 깰까봐 전전긍긍.. 이라고 쓰면서 보니 냥이들 밤에는 안자고 지금 열심히 숙면 중이시다 ㅜㅜ 흔들어 깨워야 겠다. 밤에 자라고 밤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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