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내가 아는 건 내가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것 뿐. 본문

일상의 순간들

내가 아는 건 내가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것 뿐.

앤_ 2017. 12. 8. 14:56


지난번에 산 4권의 책 중 3권을 다 읽고 나머지 1권은 띄엄띄엄 천천히 읽으려는 중. 이번엔 알라딘에서 4권을 더 샀고 사은품으로 다이어리를 받았다(맨 아래 보라색). 올해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작년 여름 이후로 책을 전혀 읽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책들을 고르니 쉽게 사은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주문한 책 중에는 와일드가 제일 먼저 손이 갔고 재밌게 읽고 있는 중이다. 영화로 보았을 때도 PCT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책을 읽으니 더 호기심이 발동해서 미국의 3대 트레킹 코스라는 것들도 찾아보고, '언젠가는..'하고 막연한 생각도 가져본다.

무기력과 우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하루종일 집에 콕 박혀 있다. 낮에 잠깐 집에 햇볕이 드는 한두시간 동안 마당에서 이불털고 냥이들 산책하는게 전부이다. 내일은 카페라도 갈까, 빵이라도 사러 갈까 밤마다 누워서 생각하지만 낮의 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힘도 없고 추운데 씻고 옷 챙겨입고 어쩌고 나가는 것도 그냥 다 귀찮다. 어제는 마음 먹고 엄마랑 영화관에 다녀오긴 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 엄마는 계속 잤고 후반부에 깨어나더니 영화가 끝나고 나올때는 엄마가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셔서, 나는 그것도 짜증이 났다. 엄마랑 단둘이 영화를 본 건 처음이었고, 사실 혼자서 다니는게 더 편한데 엄마 영화 보여주려고 일부러 나갔더니 몸이 안 좋다고 계속 그러는게.. 아픈게 누구 탓도 아니고 영화관이 무척 추웠고 엄마는 이제 몸이 많이 약하고, 그런게 머리로는 전부 이해가 되지만 짜증부터 나는게 요즘 내 심리적인 문제이다.

그나마 웃고 얘기하는 시간은 남편이 퇴근하고 숙소가서 전화할 때. 시차 때문에 11시 전후로 통화를 하는데 나는 저녁 6시부터 휴대폰을 보며 전화를 기다린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다고 할 때 '그래 많이 힘들지' 해주는 사람이 요즘 남편 뿐이라 더 의존하는 것 같다. 의지아니고 의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의존하게 되버렸다. 엄마는 '내가 임신했을 때는~~~'을 매번 시전해서 입 다문지 한참 되었다. 몇 안되는 친구들은 임신경험이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배 속에 있을 때가 낫대'라며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을 한다. 그게 그들의 위로라는 건 알지만 나에겐 역효과 ㅠㅠ 

주말엔 친오빠가 서울에서 내려온다고 했다. 생일전에 엄마한테 밥도 얻어먹고 할겸 겸사겸사. 오빠가 내려오는 시간봐서 고양이 데리고 동물병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약 좀 지어먹어야 겠다. 이 검사 저 검사 또 하자고 하겠지.. 이사 할 때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동물병원 찾고 거기서 몇년치 진료기록 보여주며 구구절절 냥이 상태 얘기하고, 의사들은 뭐 약도 없으면서 맨날 하는 검사 다시 해야 된다고 하고, 지겹다 정말 ㅠㅠ 냥이한테도 못할 짓. 

몸이 힘드니 혼자서도 동물병원도 못 데려가고, 냥이 돌보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져서 진짜 자괴감 든다. 차라도 있었으면 어떻게든 혼자서 병원 데리고 다녔을 텐데. 휴.. 이런 생각하니 또 우울로 추락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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