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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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우울함 ㅠㅠ

앤_ 2017. 12. 17. 20:19



일요일에 대구에 사는 친구가 얼굴보러 와주어 간만에 외식하고 옆동네 드라이브가서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도 갔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쨍한 하늘과 바다가 이뻤다.

한시반쯤 만나서 여섯시쯤 헤어졌다. 친구가 차가 있어서 집 앞에서 픽업하고 내려주고,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바깥에선 앉아 있어야만 하니 나중엔 허리도 아프고 밑도 빠질거 같아서 저녁은 같이 못 먹고 일찍 들어왔다. 옷 갈아입고 누으니 허리랑 배가 싸하게 아프면서도 살 것 같았다. 이제 예정일은 한달 남았고, 1월생이 좋다는데 그냥 내일이라도 태어나면 얼른 낳고 싶다. 아직 태어나기 이른 주수긴 한데(애도 작고) 임신이란게 너무 힘들다. 최근엔 심적으로 더..

저녁에 남편이 시누네 가족 단란하게 보내는 모습 동영상 보내줬는데, 저녁시간에 조카랑 다같이 모여 있는 모습보니 괜히 박탈감 느껴졌다. 출산준비물 사거나 막달검사 정보 얻으려고 인터넷 뒤질때도 다들 남편얘기 써있고 그래서 나는 기분이 가라앉는다.

우울하다. 남편이 없다는 것, 그래서 엄마한테 의탁하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것이 너무 괴롭다. 오늘도 세 안나가는 뒷방에 가서 지내겠다는 말에 '니는 엄마랑 같이 있는게 싫냐'고 버럭버럭 화를 낸다. 십년 넘게 나가서 산 딸이 엄마랑 같이 지내는 것보다 혼자가 더 편하다는 걸 이해를 못하고, 이걸 얘기하려고 해도 우선 불같이 화를 내니 더이상 대화가 안된다. 내년에 환갑인 엄마에게 어린아이 타이르듯 조곤조곤 대화를 시도할 심성이 내겐 없다. 그래서 엄마가 집에 같이 있을 땐 그냥 냥이들과 방에 틀어박혀 지낸다. 오늘 친구를 만나 이 얘길 했지만 홀몸도 아닌데 엄마랑 같이 있는데 낫지 않냐고 말하더라. 나는 그게 아니라고 납득시키려고 한 얘긴데.. 남편은 내가 혼자 있으면 걱정이 되고 엄마랑 같이 있으면 한숨 덜 수 있으니까 집에 있으라고 하고, 솔직히 말하면 그냥 책임이나 미안함을 면피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시댁식구들이나 누구나 다들.

우울하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우울하고 밖을 나가도 친구를 만나도 내 우울은 너무도 고유의 것이라 위로가 안되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꼬였나를 짚어가니 몇년치의 인생을 다 부정하게 된다. 그냥 호르몬 탓이겠거니 하고 생각을 중단시키려고 하는 것 외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차는 또 왜이리 빨리 팔아가지고 애를 낳아도 내 두발은 묶이게 생겼네..

가을과 겨울만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가을엔 낙엽을 쓸고 겨울엔 눈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살고 싶다. 집을 따뜻하게 덥히고 입에 풀칠만 하며 그냥저냥 살 수 있으면 충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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