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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X표시, 연말 싫다. 본문

일상의 순간들

달력의 X표시, 연말 싫다.

앤_ 2017. 12. 23. 00:41



남편 귀국일 표시하는 달력. 1월에 잠깐 들어오는데 출산예정일도 1월이고 두 날짜가 비슷해서 어떻게 될지 나도 무척 궁금하다.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임신기간도 1월이면 끝난다는 희망만으로 지내고 있다.

요즘은 자꾸 숨이 찬다. 누으면 더 심하고 앉으면 조금 나은데, 어차피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한다. 숨이 차니 밤에 잘 못자는 것이 제일 괴롭다. 가슴이 답답해서 울렁거림 비슷한 기분도 든다. 여러모로 기분 나쁜 경험이다. 이런 것이 임신인줄 알았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것 ㅠㅠ 내 자식이 딸이었다면 나중에 임신하지 말라고 뜯어 말릴 것이다. 왜 이렇게 힘든 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시키는 것인지.

예민,까칠한 요즘. 출산하고 내 몸뚱이를 되찾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하루에 몇번씩 롤러코스터 타는 조울증. 남편없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게 너무 짜증나다가도, 남편도 자기 역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나도 힘내야지 하기도 한다. 웹엔 임신,출산을 남편과 함께한 행복해 보이는 글들 뿐이라 또 짜증나고, 아무튼 요즘 이런 상태고 아마 출산 후에도 한동안 계속 되겠지. 남 좋으라고 억지로 웃거나 감정표현 억누르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특히 시댁 식구들 앞에서 *별표).

몸이 힘드니 냥이들 케어하는 것도 부쩍 힘들다. 오늘 동물병원에서 더 강한 약으로 2주치 처방받아 왔다. 이번엔 꼭 약효가 있었으면.. 또 수술 고려해야 하나 싶어서 우울하다. 출산하면 냥이들 두고 조리원 들어가는 것도 걱정이고, 엄마가 봐준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돈주고 사람써서 맡기고 싶은 심정이고..

늘 연말엔 운이 없고 되는 일도 없었는데 냥이 아픈것도 다 그 연장선일까, 해가 넘어가면 다 잘 될거라 막연히 위로한다. 연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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