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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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숙면 시도하기

앤_ 2017. 12. 25. 23:45



오늘 남편이 보내준 사진. 동남아에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나는 이런 사진을 보면 '이국적'이라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그냥 생소하다, 많이.

오늘 까망둥이 오후부터 컨디션 안 좋아서 진땀 뺐다. 밤에 푹 자고 내일부턴 튼튼이가 되길.

연말엔 늘 운이 좋지 않다. 내가 연말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 몇년 전부터 이 이상한 징크스를 깨닫고, 그냥 꾹 참고 버티다 해가 넘어가면 어떻게든 되더라고, 되도록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고 있다. 심리적 원인으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서 더 그런건지, 아무튼 연말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계획들도 틀어지기 일쑤고.

그래선지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게 쓸모도 없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져서 소모적인 일로 취급하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여러 일들이 지나갔고 생겼고 진행중이기 때문에 새삼스레 한 해를 회고하는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우울한 내용이 많을테니 일기장에..

내일은 병원 검진이다. 숙고 끝에 1월에 남편이 비자문제로 잠깐 나오는 기간에 출산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 때가 출산 예정일과 가까워서, 그 전에 태어나면 어쩔 수 없고 그때까지 소식이 없으면 유도분만이라도 예약할 생각이다. 혼자 낳는게 무섭기도 하고 우리 인생의 중요한 징검다리 중 하나일테니 같이 겪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병원쪽에 얘기는 해봐야 한다. 나는 태아가 우량아라서 빨리 낳아야 하는 경우도 아니고 예정일을 한참 지나서 어쩔 수 없이 유도분만을 하겠다는 경우도 아니라서..

태동은 점점 심해지고 고통도 심해진다. 어쩔 땐 진통제를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임신을 후회한다. 그렇다, "임신을 후회한다"고 이제 입밖으로 꺼낼 수 있다. 온전히 여성에게만 상속되어온 고통이다. 병원에서도 내 건강보다 태아의 건강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가끔 받는다. 산모에겐 널뛰는 감정기복도 모성애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고, 온갖 임신 합병증도 골인지점에서 다 사라질테니 그저 견디라고 하고, 출산과정에 따르는 굴욕적인 경험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게 산모를 애를 낳는 존재로만 취급하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힘들다는 얘기에 '낳고 보면 너무 이뻐서 둘째, 셋째 낳는거 아니냐'고 조롱하는 사람들 너무 싫다. 주변에 임신하겠다고 하면 열심히 뜯어말릴 작정이다. 막달이 되면 숨도 제대로 못쉰다고요!

신정때 늘 시댁 가족모임이 있었는데 올해는 언제인지 날짜도 안물어봤다. 친척들 다 모이는 명절급 행사인데, 어차피 차도 없고 얻어타고 가더라도 한시간 앉아 있는 것도 이제 힘들다. 내일 병원 다녀와서 전화 드려보고 그냥 못간다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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