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고의적으로 교훈적이며, 주제 또한 매우 무미건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나는 예술은 결코 교훈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현명한 척하는 자들의 머리 위에 기쁘게 이 극을 던지겠다. 이 극은 위대한 예술은 교훈적인 것이라는 나의 주장을 증명할 것이다
여자에게 친구가 되기를 허락하는 순간, 여자는 질투가 심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의심이 많아지면서 아주 지긋지긋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 내가 여자와 친구가 되기로 한 순간, 나는 이기적이고, 횡포를 부리게 되더군요. 여자는 모든 걸 망쳐 버려요. 그들을 당신 삶에 들어오게 하는 순간, 여자와 당신은 각기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는 눈에 잘 띄고, 흥미로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두려움이나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이다. 매우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습관의 결과이다. 그의 현재 모습에서 상처받은 명예와 단호한 결의가 드러난다.
-본문
둘리틀 그렇지 않습니다, 나리.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가 그 돈을 아끼고 남겼다가 천천히 쓸까 봐 염려는 마십쇼. 월요일이면 동전 하나 안 남을 겁니다. 돈 한 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하러 가야 할 겁니다. 그 돈이 저를 일도 안 하는 부랑자로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저와 마누라를 위해서 한바탕 노는 데 쓰는 거죠. 우리는 즐겁고, 다른 이들에게는 일거리를 주고, 나리들께는 낭비한 게 아니라는 만족감을 주는 거죠. 그 돈을 이보다 더 잘 쓰실 수는 없을 겁니다.
히긴스 (일어나더니 어머니를 달래려고 다가간다) 아, 괜찮을 거예요. 제대로 말하는 법을 가르쳤거든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엄격하게 지시해 놓았어요. 두 가지 주제에만 집중할 거예요. 날씨하고 사람들의 건강요. 날씨가 좋군요, 안녕하세요, 같은 거 말이죠. 다른 얘기는 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게 안전하겠죠.
히긴스 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나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하면 판 전체를 깨버릴 겁니다. 내가 진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지금 밝힌다면 마음에 들겠소?
히긴스 우리는 대부분 다소 야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양을 갖추고 문명화되어야 하죠. 시, 철학, 예술, 과학 같은 것들을 통달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있죠? (힐 양에게) 시에 대해서 당신은 뭘 알죠? (힐 부인에게) 과학에 대해서 무엇을 아시죠? (프레디를 가리키면서) 저 친구가 예술이든 과학이든 뭐든지 간에 무엇을 알고 있죠? 내가 철학에 대해서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시나요?
히긴스 부인 (경고조로) 또는 매너에 대해서도 말이지, 헨리.
리자 아버지가 일이 없을 때면 엄마는 4펜스를 주면서, 나가서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면 돌아오라고 하곤 했어요. 남편과 편하게 같이 살기 위해서 많은 여자들은 남편에게 술을 먹여야만 해요. (이제 아주 편해져서) 이렇게 되는 거예요. 만약 남자가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제정신일 때는 양심이 그를 사로잡게 되고, 그러니 우울해지는 거죠. 술 한 방울이면 양심이 사라지고 행복해져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누르고 있는 프레디에게) 거기! 왜 그렇게 킬킬거리고 있는 거죠?
리자 (완벽하게 우아한 말투로) 걷는다고요! 좆나게 걸을 필요가 있나요. (좌중이 동요한다) 택시 타고 갈 거예요. (나간다)
히긴스 부인 방금 여기 있던 그 불쌍한 여자가 지닌 장점들! 숙녀로 살 돈은 주지 못하면서, 혼자 자립해서 살 수도 없게 하는 그 몸가짐과 습관들 말이지! 그걸 말하는 거니?
히긴스 부인 바로 그래요. 그 애는 두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 애는 헨리, 너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지. 너는 그 계급의 소녀에게 정신노동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거다. 중요한 시험의 날이 왔고, 그 애는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멋지게 일을 해냈지. 그런데 당신들은 그 아이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둘이 끝나서 기쁘다는 둥 그 일이 너무 지겨웠다는 둥 하는 얘기나 주고받았지. 그러고도 그 애가 당신들에게 슬리퍼를 던졌다고 놀라는 건가요! 나라면 부지깽이를 던졌을 거예요.
히긴스 그 애를 내버려 두세요, 어머니. 혼자 말하게 내버려 두세요. 내가 그 애 머릿속에 넣어 주지 않은 생각, 내가 그 애 입에 심어 주지 않은 단어가 하나라도 있나 곧 보시게 될 거예요. 코번트 가든의 으깨진 배추 잎을 가지고 제가 이 물건을 만들어 냈다니까요. 그런데 이제 나한테 숙녀 행세를 하려고 하다니.
피커링 그건 그냥 그분의 방식일 뿐이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야.
리자 아, 제가 꽃 파는 소녀였을 때 저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행동한 건 아니에요. 그냥 버릇이었을 뿐이죠. 하지만 제가 그렇게 행동했잖아요. 그리고 결국 그게 차이를 만들었죠.
리자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분은 꽃 파는 소녀를 공작 부인처럼 대해 주세요.
히긴스 나는 공작 부인을 꽃 파는 소녀처럼 대한단다.
리자 알았어요. (차분하게 돌아서서는 유리창을 바라보고 오토만 의자에 앉는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한다 이거죠.
히긴스 (진지하게) 중요한 비법은 나쁜 매너, 훌륭한 매너 또는 어떤 특별한 매너를 지닌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똑같은 매너를 보여 준다는 데 있다. 마치 3등칸이 없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똑같이 소중한 천국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히긴스 물론 그렇지, 이 멍청아. 5분 전에 너는 내 목에 걸린 맷돌과 같았어. 이제 너는 든든한 탑과 같아. 동행하는 전함과도 같아. 너와 나 그리고 피커링은 두 남자와 바보 같은 계집애가 아니라 세 명의 나이 든 독신자가 될 거야.
-후일담
모든 이야기에 어울리는 것이 아닌 <해피 엔드>를 비축하고 있는 로맨스 소설이라는 골동품 가게의 기성복들과 헌 옷들에 안일하게 의지해서 우리의 상상력이 약해져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녀의 결심은 스스로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가 하는 것에 상당 부분 달려 있는 것이다. 즉 그녀의 나이와 수입에 달려 있다. 그녀가 젊음의 마지막 단계에 있으며 생계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그녀는 그와 결혼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를 부양할 사람과 결혼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라이자 나이의 아름다운 소녀는 그런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그녀는 자유롭게 고르고, 선택할 수 있다.
히긴스의 고질적인 독신자 기질에 대한 단서는 젊은 여자들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라이벌로 자신의 어머니를 내세우며 여자들에 대한 자신의 무관심을 변명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아주 뛰어난 어머니들이 드문 정도로만 보기 드문 일이다. 상상력이 뛰어난 소년에게 지성과 우아함, 거칠지 않은 위엄을 갖춘, 그리고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당대 최고의 예술에 대한 세련된 감각을 지닌 부자 어머니가 있다면,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거의 어떤 여자도 대항할 수 없는 기준을 세워 주는 것이 된다. 그뿐 아니라 그의 애정, 미적 감각 그리고 이상주의 등도 그에게서 성적 충동을 분리시킨다. 이와 같은 분리는 평범하고 불쾌한 부모의 미적 안목이 없는 가정에서 자란 교양 없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를 영원한 수수께끼로 만들 것이다. 또한 문학, 그림, 조각, 음악 그리고 애정 어린 개인적 관계들이 섹스라는 형태로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열정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는 섹스 이외의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히긴스가 음성학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는 것 그리고 일라이자가 아니라 자기 어머니를 이상화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부조리하고 부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붓감이나 남편감을 원하는데도 구할 수 없을 만큼 못생기거나 불쾌한 인상의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많은 노처녀, 노총각들이 인품이나 교양에 있어서 평균 이상이라는 것을 보게 되면서, 섹스와 흔히 혼동하는 것들을 섹스로부터 분리해 내는 것, 천재들은 절대적이고 지적인 분석력으로 이루어 내곤 하는 그 분리가 부모의 매력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부추겨지는게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의 지배적인 우월성에 대해 분노하고, 성질 급하게 괴롭히는 것이 지나치면 그녀를 달래고 분노를 피하기 위해 그녀를 구슬리는 영리함을 불신한다. 그걸 보면 자신의 피그말리온과 결혼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경고하는 일라이자의 본능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숭배한다. 하지만 강한 사람을 숭배하는 것과 강한 사람의 지배 아래 사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는 프레디가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했으며, 프레디가 무언가 유용한 일을 하려고 한다면 다른 유능한 사람이 그 일을 다시 돌려놓는 수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공동체에 손실을 주며, 프레디 자신에게도 큰 불행이라는 것이었다.
웰스는 그녀의 기대를 채워 주었다. <나이가 그를 시들게 하지 않았고, 관습이 그의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30분 이내에 사라지게 할 수도 없었다.> 그의 기분 좋은 깔끔함과 아담함, 그의 작은 손과 발, 그의 충만한 두뇌와, 그의 꾸밈없는 친근함,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훌륭한 지각 능력 같은 것은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임이 증명되었다.
그게 전부다. 그게 이 이야기의 결론이다. 일라이자가 가게와 자신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윔폴 거리의 가사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록 그녀는 남편을 들볶지 않고, 자신이 마치 대령이 가장 사랑하는 딸인 것처럼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지만, 히긴스를 들볶는 습관, 히긴스의 내기를 이기게 해주었던 그 운명적인 밤에 형성된 그 습관을 버리지는 못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녀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그에게 딱딱거리며 대들었다.
그날 밤 히긴스가 일라이자에게 그녀를 곁에 두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온갖 종류의 자잘한 봉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녀가 가버린다면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말했을 때 보여 준 용의주도한 태도는(프레디나 대령은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그에게는 슬리퍼만도 못하다>는 내적 확신을 더 깊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무관심이 보통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정도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녀는 그에게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모든 구속과 고려해야 할 어느 누구도 없는 무인도에 홀로 데리고 가서, 그가 서 있는 받침대에서 끌어내려 보통 사람처럼 섹스를 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비밀스럽고 짓궂은 생각도 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종류의 개인적인 상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업의 문제가 되고 꿈과 환상 속에서의 삶과 구별되는, 자신이 실제로 이끌고 있는 생활이 된다면, 그녀는 프레디를 좋아하고 대령을 좋아한다. 히긴스와 둘리틀 씨는 좋아하지 않는다. 갈라테이아는 결코 피그말리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와 그의 관계는 너무 신성해서, 전적으로 좋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자해설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을 존경했던 쇼는 19세기 영국 무대를 점령하고 있던 감상적인 멜로드라마를 배척하고, 극장을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토론의 장으로 만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이 작품은 예술가가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에서 그 제목과 모티프를 가져왔다. 키프로스 여성들은 아프로디테의 저주로 나그네에게 몸을 팔게 되고,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여성에 대한 혐오로 결혼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피그말리온은 지상의 <헤파이스토스>라 불리는 솜씨로 상아를 이용해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붙인다. 그리고 지상의 어떤 여인보다도 아름다웠던 이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다. 아프로디테의 축일에 피그말리온은 여신에게 이 조각상 같은 여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빈다.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살아 있는 여성이 되게 하고 둘은 결혼한다.
쇼의 극에서 흔히 드러나는 단점, 즉 메시지로 인해 인물과 플롯이 희생되는 문제점을 「피그말리온」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음성학과 교육, 신분 문제 등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부각되면서도, 일라이자와 히긴스, 둘리틀 등은 등장인물로서의 설득력과 매력을 잃지 않는다.
이에 분노한 쇼는 1916년, 일라이자가 왜 히긴스와 결혼할 수 없는지 밝히는 장문의 <후일담>을 작품에 추가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피그말리온'이 어디에 나온 이야기인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전혀 몰랐다.
서문을 한참 읽어 내려가는데 음성학교수에 대한 이야기들만 늘어놓길래 본문인 희곡부분을 읽으면서도 히긴스교수와 리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제 3막이 끝나갈 때쯤에서야 고작 히긴스교수가 '창조'해낸 리자에 대해서 소유욕이나 아버지들이 느낄법한 보호본능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었다.그리고 제5막에 이르러서는 결말에 갑자기 러브스토리로 변한 것에 적응이 안되서 어이없어 했는데, 마지막 후일담 부분은 오히려 본문보다 더 읽는 맛이 있었다.
희곡을 읽는 것은 지루하다. 나는 희곡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물들의 행동, 표정, 말투를 통해 사상과 가치관, 의견을 표현하는데 비해(그것이 작가의 생각이든, 등장인물의 생각이든 간에), 희곡은 그런 부연설명이 없이 듣고 있으면 지루한 메시지들을 계속 늘어놓을 뿐이기 때문이다. 집중하고 몰입하면 할수록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계속 설교를 듣고 앉아 있는 것만 같아 어렵고 따분하다. 물론 희곡이 무대에 올려지고 내가 그 극을 보고 있는다면 작품의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을 통해 독자에게 판단의 여지를 남겨놓는게 아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희곡은 언제 읽어도 재미가 없다. 당시의 지식인들이 희곡과 원작을 바탕으로 한 극이나 뮤지컬 등에 예술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적합한 작품들을 칭송하며 즐겼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런 비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후일담 부분에서 왜 해피엔드를 부여하지 않고 스토리를 끝냈는지, 희곡에 등장했던 사건과 갈등의 장면에서 각 인물들이 어떤 사고를 하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작가가 늘어놓은 부분이 가장 재미 있었다. 이해가 안되던 몇몇 씬이 이해가 됨과 동시에, 이 작가가 개인의 인생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차라리 희곡 말고 아주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내용의 소설을 썼더라면 대단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도 지나치게 냉소적인 성격 때문에 어디서든 불청객 취급을 받으면서 오히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지나치게 속물적이고 멍청하다고 여기며 그들과 어울릴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히긴스 교수의 일면은 분명 작가와 닮은 구석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작가가 되면 등장인물들에 대해 동정이나 연민이 없는 글을 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작품을 좋아한다.
피그말리온에서 리자는 신데렐라처럼 완전한 계급상승을 이루지 못했다. 예쁜 옷과 구두를 얻어 입고 히긴스에게 언어를 배우면서 돈을 받았던 그 시절조차도 그녀에게는 행복하지 못했다. 슬리퍼 따위나 갖다줘야 하고 툭하면 무시당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배우고 나서도 그녀 안의 천박함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히긴스에게 딱딱거리고 대드는 성질로 남았다. 언어는 배웠지만 교육을 받지 못해 가게를 꾸리기 위해서 초등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녀야 했다. 말과 행동을 품위있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돈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생계의 문제는 별개이다. 그러고 보면 히긴스 부인이 리자를 처음 보았을 때 히긴스에게 나중에 저 아이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고 다그친 부분이나, 리자가 분통을 터트리며 자신은 오히려 꽃을 팔던 시절보다 더 망가졌다고 슬퍼하는 부분이 납득이 간다.
아무튼, 앞부분에서는 희곡이 재미가 없다고 써놓고 -_- 끄적거리기 시작하니 의외로 생각해볼 부분들이 많다. 역자해설을 보니 '마이 페어 레이디'가 이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