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gh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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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

1일.

앤_ 2018. 1. 1. 22:57

어제는 남편이 한국시간에 맞춰서 전화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해줬다. 작년(!) 이야기를 좀 하다가 우리 모두에게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고, 내년은 이것보다 나을거라고 서로 용기를 주었다.

엄마는 아침 일찍 해돋이 보러 산에 다녀왔다. 나는 늦잠을 잤다. 아침에 산에 다녀오면 기분이 너무 좋으시다며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 보이셨는데, 저녁에 뉴스를 보며 작년엔 그 산에서 아빠가 건강해지길 빌었다고.. 여전히 이런 얘기가 듣기 괴로운 나는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미 작년 이맘때 몇번이나 했던 얘기고, 엄마가 이럴때마다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고 청승떠는 할머니같이 느껴져 괴롭다. 엄마는 이런 걸 입 밖으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나는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냥 엄마와 나는 이렇게 다른 것 뿐이라고 화를 삼켰다.

어제 밤을 기준으로 태동이 줄었다! 막달에 태동이 줄어드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제 삼십분 정도는 한쪽으로 가만 누워 있을 수 있다 ㅠㅠ 전에는 십분 누워 있으면 옆구리 아랫배 등등이 태동으로 아파서 계속 좌우 번갈아 뒤척거려야 했고, 뒤척일 때마다 무거운 배와 근육이 상실된 몸 때문에 힘이 들었다. 오늘 낮에 까무룩 잠들었는데 깨지 않고 한시간 반정도 잤다. 이것도 너무 오랜만 ㅠㅠ 잊고 지냈던 임신 전의 상쾌한 컨디션에 대한 감각이 돌아오는 거 같다. 얼른 출산하고 싶구나.

이제는 언제 출산해도 상관없는 주수가 되었다. 따라서 조금 무리해서 운동을 해도 되고, 운동을 많이 하는걸 권장한다. 낮에 산책삼아 시장 내려가서 한바퀴 돌고 붕어빵 사와서 먹었다. 큰 기대 안했는데 맛있어서 이제 자주 나가서 걷고 사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걷는 건 처음 십여분은 배가 땡기고 힘든데 그 뒤로는 한결 편해지는 것 같다. 동네가 매일 같은 풍경이고 갈만한 카페나 식당도 없어서 좀 지루한 산책길이라 아쉽다.

누렁이가 며칠 전 병원에서 주사 맞은게 많이 힘든지 오늘까지도 기운이 없다. 평소에 나이도 모를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 하루 종일 귓가에 대고 시끄럽게 울어대던 애가 계속 누워만 있으니 슬슬 걱정이 된다. 가장 좋아하던 마당산책도 나갈 생각이 없다. 내일은 원래대로 돌아오길.

오늘 방이 건조해서 가습기 찾아 꺼냈다. 일기장 쓰려고 했는데 앉는 자세도 못하겠고 낮잠자고 어쩌고 어영부영 하다가 그냥 말았다. 저녁 먹고 설거지 할때 창밖으로 커다랗고 하얀 달이 떠오르는 걸 봤다. 남편과 전화를 많이 했다. 붕어빵 맛있었다(계속 먹고 싶었었음 ㅎㅎ).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냈다. 연말 징크스 끝난거 같다. 심리적 이유인건 알겠는데 숫자 하나 넘어갔다고 이렇게 사람 기분이 달라지다니,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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