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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ght Night
오늘 동선은 은행을 갔다가 카페에 가는 것으로, 날씨가 무더우니 그냥 버스를 타고 왕복하려고 했다. 은행 가는 것까진 버스를 탔고 역시 현명한 판단이었다며 자축하였는데, 타행입금 처리에 수수료 3천원이 든다고 해서, 커피 한잔 값이라는 생각에 그걸 아끼려고 그냥 인출을 하면서부터 재앙이 시작되었다. 은행2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정오가 다 되어 해가 머리 위에서 내리쬐었고 5분을 걸으니 곧 죽을 것처럼 덥고 땀이 났다. 도착한 은행2에서 처리를 하고 카페로 이동하는데 다시 10분은 족히 걸어야 했다. 정수리에서부터 땀이 나는게 느껴졌다. 간신히 커피를 주문하고 보니 땡칠이도 더워서 뻗었다. 누진세 무서워서 노트북 충전도 카페에서 하려고 충전기 들고 왔다. 평소엔 충전기 챙기는 것조차 너무 귀찮아서 노트..
오늘 저녁은 된장국 끓여 먹었다. 집에서 요리한지 2주도 더 된 것 같다. H가 저녁 먹고 온대서 혼자 그냥 라면 끓여 먹을까 고민을 심하게 했는데 지난주에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꾹 참았다. 해 떨어지고 그나마 덜 더웠는데도 국 끓이고 나니 덥고 땀이 나서 에어컨 켜고 밥 먹었다. 새로산 노트를 가계부로 정해서 여행경비를 정산했다. 성수기 국내 여행은 해외여행 가는 것보다 절약되는게 아니구나ㅠㅠ 작년말에 계산했던 고정지출도 다시 계산했다. 큰 변동은 없는데 지출용으로 정해둔 금액을 매번 초과하는게 문제다. H와 둘의 씀씀이는 크지 않은데 올 상반기에 어버이날, 양가 아버님들 환갑과 조카 돌잔치 축하비용, 그리고 에어컨 구입비용이 모두 몰려 있어서 통장이 치명상을 입었다. 회생이 안될듯 하여 여름휴가도..
H와 나는 낙산사를 참 좋아한다. 몇년 전에 처음 갔었고 이번이 두번째이다.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은 부분적으로만 남아있다. 비가 조금 내렸던가, 비가 온 뒤였던가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았던게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워낙 더워서 낙산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마침 하늘이 흐려지고 소나기가 마구 내려서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기도 했지만 워낙 더워서인지 그냥 비를 맞으며 다니기도 했다. 물이 아주 깨끗한데 사진은 그냥 흐린 하늘과 흐린 바다. 비가 와서 식물들이 싱긋싱긋. 분홍색 해당화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열매가 맺힌다. 바다. 색이 빠진 수국도 이쁘기만 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같은 위치의 수국덤불을 보고는 한참 이쁘게 필 때 오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
집이 너무 더워서 피서 나왔다. 손가방은 내 베스트프렌드가 된 땡칠이다. 에버랜드에서 업어왔는데 휴대폰과 지갑이 딱 들어가는 크기라 손목에 걸고 밖에 걸어다니기 좋다.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을 때는 청소, 빨래, 샤워, 설거지 같은 간단한 일들을 매일매일 리스트로 만들어 적어두고 하나씩 하는게 도움이 된다. 해야 할 일은 최대한 사소한 것까지, 그리고 여러개로 쪼개어 적는게 좋다. 예를 들면 빨래의 경우에는, 빨래할 옷 분류하기 / 빨래하기 / 널기 / 마른 옷 개어놓기 이런식으로. 처음엔 리스트업이 마구잡이로 되는데 하다보면 동선, 시간순에 따라 적게 되고 미션 클리어하고 하나씩 지워가는 재미가 있다. 나는 이 방식을 약 5년 전에도 썼었다. 그때는 무기력해서 시작한게 아니라 인생을 정말 열심히 살고..
흡사 투명인간 같은 며칠간을 보냈다. 어제는 H의 휴가 첫날이었고, 우린 팬더를 보러 에버랜드를 갔다. 귀여워.....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팬더는 에어컨이 나오는 별실에서 최고급 관리를 받고 있었다. 너무 쾌적해서 밖으로 나오기 싫었음. 용인 근처에서 하룻밤 묵었고, 일기를 썼는데 전파가 약해서 사진 업로드도 안되어 일기 날아감 ㅎㅎ 오늘은 아침 5시 반경에 속초를 목적지로 하여 출발. H가 일찍부터 나를 깨우느라 고생했고 나는 일어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짜증 몹시 냈음... 그렇게 일찍 출발했는데도 차가 밀려서 강릉까지 4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기도 했지만. 처음 발견한 해수욕장에서 튜브 빌려서 신나게 놀고 점점 해가 뜨거워져 바다에서 나왔다. 난 사람 많은 곳도 싫고 짠..
엊그제 화분 정리하면서 티비 옆의 낮은 장식장 위로 화분을 하나 옮겼다. 저 화분은 H가 직장때문에 대전으로 이사온 뒤에 함께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다가 함께 구매한 것이다. H는 유목민처럼 몇년마다 한번씩 거주지를 옮겨다니다 보니 가구나 전자제품도 별반 가진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옷과 이불, 생필품 몇개를 가지고 다니며 이사한 후에는 그 집에 맞춰서 살았다. 풀옵션이 편하다고는 하지만 집 어디를 보아도 본인의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 공간은 항상 허전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이사한 후에는 내가 작은 화분을 사주거나 했다. 작은 초록이들 하나로도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다. 그런데 사진의 화분을 샀을 때는 내가 큰 화초에 꽂혀 있을 때였다. 하도 작은 화분을 사서 죽여버리니까 좀 큰 식물은 생명력..
아침에 일어났더니 팔이 조금 아팠다. 어제 수영장에서 30분 풍덩거렸을 뿐인데 말이지. 오전엔 또 멍하니 시간을 흘러보냈다. 어제 H와 사소하게 다퉜다. 딱 집어 원인을 말할 수도 없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 괜히 기분이 상해 더욱 입을 다물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H는 출근 준비를 마치고 그냥 집을 나섰고 저녁이 되니 회식이 있노라고 문자만 왔다. 그 때문인지 가라앉은 하루였다. 오후가 되어 방청소를 하고 베란다의 화분들을 정리했다. 몇개의 죽은 화분들이 있었다. 이 곳으로 이사하면서 지붕도 없는 1톤 트럭에 실어 왔더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바람을 심하게 맞은 탓인지 몇몇 화분은 상태가 아주 나빴다. 게다가 옥탑방에서 짱짱한 햇빛을 받으며 자라다가 떠나기 전 몇달은 집주인과의 갈..
아침은 얼마전에 코스트코에서 산 로만밀 식빵을 3장을 팬에 구워 잼과 크림치즈를 발라 먹었다. 원두가루가 다 떨어져서 집에 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타 먹었고, 노란 믹스커피가 아니라 블랙커피였기 때문에 쓰다는 핑계로 맛밤도 까서 함께 먹었다. 더위에 좀 뒹굴거리다가 짐을 싸서 수영장을 갔다. 땀이 나서 집에서 씻고 나갔는데, 수영장 도착해서 샤워실에서 또 씻고 수영이 끝나면 다시 또 씻는, 하루에 몇번씩 씻는건 정말 싫다. 저녁에 청소하다가 땀나면 또 씻어야 되겠지. 머리를 너무 자주 감아서 머리카락이 다 빠질 것 같다.저번에 수영장가서 너무 열심히 풍덩거렸더니 집에 오는 길이 힘들어서 이번엔 여유롭게 풍덩거렸다. 방학이라 초등학생들이 많아서 괴롭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남자들도 꽤 많았다. 나는 몇년전..
내 마음 속의 셋째 고양이. 서울에서 잠시 데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원래 반려인인 친오빠네 집으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다. 허약해서 오빠 혼자 보실피기엔 힘들었는데 올케 언니가 너무도 꼼꼼히 봐주고 있어서 참 고맙다. 올케 언니에겐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사진을 보내줬는데 너무 귀여워서 저장했다. 자기 전에 누워 의식의 흐름에 손 놓고 있으니 뇌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조금전 모닥불 글도, 나도 뭔소린지 모르겠다. 역시 노트에 손으로 글을 쓰는게 더 정제된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지나치게 현실에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중인지, 모닥불 같은 걸 보아도 이제는 감상에 빠지거나 하지 않는다. 결혼후에 날 만난 사람들이 내게서 느낀 안정감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여러가지로 어렵다는 어떤 단계를 패스했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 왔어도 이젠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는 일종의 자포자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내 인생이지만 나도 모르겠다, 라는. 지금 나는 온힘을 다해 뭔가를 갈구하지 않는다. 타는 듯이 더운 이 날들이 하루씩 나를 지나가게 하는 것으로, 이 수동적이고 무위한 행위가 살아간다는 점에서 능동적일 수 있음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