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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ght Night
모처럼만에 H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일요일이었다. 입술에 수포가 퉁퉁 부은채로 기분 좋게 화장을 하고 나갔다. 두세시간 정도 놀았는데 점심께가 지나니 또 오른쪽 어금니가 시리고 아팠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는데 상태가 점점 안좋아져서 턱부터 귀밑까지 욱씬거리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라 H도 내 기분을 맞춰주고 신나게 놀았는데 ㅠㅠ. 결국 우리의 일정은 약국을 찾아 빙빙 돌아가 끝나버였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문을 연 약국도 하나 없었다. 나는 빨리 집에 가서 남아있는 진통제를 먹고 그냥 눕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주말 일정은 내 컨디션이 안좋아져 초토화되고 집에 와서 약을 먹으니 비로소 살 것 같아졌다. 집에 오니 고작 2시였다ㅠㅠ. 따뜻한 것에 시리고 아프던 이가 이제 차가..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은 탓일까 입술에 몽글몽글한 물집이 올라왔다. 이번주 초부터 입술이 터지고 붓긴 했는데 워낙 입술 상태가 항시 안좋은 편이라 크게 신경을 안썼다. 치과때문에 서울 다녀오고 진통제를 계속 먹었는데 이튿날부터 머리도 띵하고 열이 올라 머리가 계속 아팠다. 실은 서울 다녀온 날 엄마랑 통화하고 나서 어찌나 화가 나고 속상한지 계속 기분이 안좋았다. 엄마에 대해 구구절절 써내려가다가 그만두길 반복. 아마 그 때문에 입술이 이지경이 된 듯 하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울증이 폭발하면서 실직상태의 내 거취라던가 결혼 후 바뀌어버린 내 입장이나 위치에 대해서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준 것 같다. 이전에는 가족과 아무리 싸우고 다퉈도 언제나 가족의 일원이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무슨 굴레..
어제밤에도 턱부터 귀밑까지 통증이 이어져 처방받은 약을 두포나 먹고 잤다. 처음 3일치만 처방해준 걸 졸라서 5일치 처방받길 정말 잘했다. 약효 덕분에 밤에는 통증없이 잠을 잘잤다. 아픈 오른쪽 뺨으로 눕지 않으려고 조금 뒤척이긴 했지만 어째뜬 아파서 깨지는 않았다. 약 먹으려고 아침을 먹어야 했는데 솔직히 배는 너무 고팠지만 먹을 수 있는게 제한적이라 고민하다가 그냥 스크램블에그에 밥을 후루룩 볶아서 양념간장이랑 참기름 넣고 아프지 않는 왼쪽으로 몇번 씹다가 삼켰다. 점심때가 되니 귀신같이 약효가 떨어져서 아프길래 급한대로 약부터 먹고 야채라면을 끓여 먹었다. 제대로 씹을 수 없을 때 주로 쓰는 방법인데 면발을 다 부수어 넣고 끓여서 그냥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죽도 하루이틀이고 지겨울 때. 어제밤엔..
서울오니 좋다. 소박한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망설이다 누구에게도 못한 얘기들을 마구 늘어놓았다. 오랜만에 찾아와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내가 불편했을텐데 다들 다정하게 들어주었다. 선물도 많이 받고 가방을 무겁게 하고 돌아가는 중이다. 치과에서는 한쪽 뺨이 아픈 내게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사랑니 뽑았을 때 목부터 귀밑까지 다 얼얼하고 아팠는데 이번에도 딱 그렇다. 진료받다가 계속 어금니께를 건드리니 얼마나 아픈지 중간에 울먹거리며 쉬다가 다시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도 찍었지만 사진에는 이유라 할만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따뜻한 걸 먹으면 어금니가 시린데, 증상은 주로 충치일 때 나타나는 것이지만 충치는 없었다. 신경문제면 차가운 걸 먹을때도 통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진 않아서 일단 두고 ..
서울가는 기차 안이다. 교정때문에 내년 봄까지는 한달에 한번 꼴로 계속 서울에 가야한다. 이틀전부터 뭐가 문제인지 오른쪽 뺨이 쑤시고 너무 아프다. 자다가 갑자기 아파서 깼는데 그날 밤 얼굴에 마비라도 오는건가 싶어 무서워서 잠을 설쳤다. 원인을 모른채 하루를 보내고 어제 저녁밥을 먹는데 된장찌개 한숟갈 먹었더니 오른쪽 어금니가 무척 시렸다. 동거인 H는 신경문제일 거라고 했다. 밤에는 한번씩 아프다 말았고 오늘 아침에는 괜찮길래 그렇게 아프다 마는가보다 했다. 그런데 기차에서 먹으려고 산 델리만쥬를 하나 먹었는데 이빨이 다 뽑히는 줄ㅠ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따뜻하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미지근한 델리만쥬가 이렇게 고통을 주다니 기차 안에서 거의 울뻔했다. 신경치료 해야하나 무섭다. 서울 왔다갔다 하기..
서울을 떠났다.서울 방이 나가질 않아서 빈방으로 둔채로 이사를 했다. 집주인은 계약 만기 전까지 방은 비워둔 채로 꼬박꼬박 월세는 받을 생각인가보다. 보증금이 큰데 월세도 더 올려서 방을 내놓아서 아무래도 나가지 않을 것 같다. 혼자 끙끙거리기를 벌써 몇달 하고 나니 나도 지쳐버렸다. 어차피 월세를 만기때까지 물어줘야 하니 그냥 그때가서 집주인이 복비도 내고 알아서 하시라고 나도 그냥 냅둘 생각이다. 새로 이사온 동네는 광역시에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곳인데도 매우 시골이다. 이사를 하고 3개월이 넘게 무직으로 보냈기 때문에 이제는 일을 구해야 하는데 집 근처에 걸어 다닐만한 곳은 일자리가 전혀 없다. 기껏해야 대형마트 카운터나 백화점의 판매직 정도. 서울에서 했던 업종은 지금 소강상태라 내년 봄이나 되야..
지금 나가는 곳의 일은 재밌다. 일이 정신없이 바쁘고 내게 버거울 때가 많은데, 오히려 그 점이 어려워야 집중하고 익숙해지면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나의 성격에 딱이다. 사람들과 함께 밥 먹기를 불편해 하는데 여기선 혼자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단점은 프리랜서(=알바)다 보니 일이 있을 때만 부르는데 요즘 일이 띄엄띄엄 있어서 일주일에 몇일 불려 나갈 때는 온몸이 녹초가 되고 일이 없는 날은 좀비처럼 쓰러져 하루를 보내고 만다는 것이다. 당연히 급여도 줄어들고. 그냥 때려치고 다른 일을 구할까 싶다. 지금의 그곳은..장점도 단점도 참 극단적인 곳이구나. 오늘은 한강을 걸었다. 어느새 걷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미세먼지라는데 가끔 파란 하늘도 보이고 개나리도 보이고 좋았다. 산책이지만 운동삼아 꽤 걸었..
으... 지난 2주 가량 스스로에게 유익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사문제는 가까스로 가계약이 되었었는데 몇일 뒤 새벽 5시쯤 문자가 와서는 일방적 취소. 면전이었으면 상대방 죽빵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방 나가고 굉장히 기뻐했었던 만큼 분노도 컸다. 집주인이 가계약금이나 받긴 했었는지도 모르겠고 4월이나 되면 다시 방을 내놓을 생각이다. 그런 짜증과 분노의 상태로 생활비 벌이에 투입되었다. 4일 정도만 도와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길어져 8일정도 일했는데 하루에 9~10시간씩 계속 일하고 집에 와서는 인간적인 삶을 위한 최소한의 청소와 샤워를 하고 뻗었다. 책도 못 읽고 인터넷도 거의 안했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주로 자면서 휴식을 취하고 데이트 하느라 밖에 쏘다니고 했더니 금..
오늘은 두 사람이 방을 보러 왔지만 한명은 전전세 얘기를 해서 안되고 나머지 한명은 보증금 문제가.. 집주인이랑 얘기해보라고는 했는데 잘 풀릴지 모르겠다. 여태 방 보러 온 사람들 중에는 그래도 인상이나 말하는게 제일 괜찮아 보였는데. 이사를 가고 싶은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다. 서울에서 멀어지더라도 좀 더 나은 주거환경과 새로운 출발. 지난 몇년을 청산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이렇게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다가 나중에 더 쓰린 자괴감을 느낄까봐 두렵다. 오늘 만난 친구가 원래 방은 잘 안나간다고 마음 느긋하게 가지랬는데 그게 죽어도 안된다. 새삼 깨달은게 내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무기력함과 짜증, 분노를 느낀다는 거. 일을 할 때도 여럿이 하는 걸 싫어하고 대학의 조별과제도 차라리 ..
미세먼지라는데 귀찮아서 한번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내가 어릴 때부터 못 먹은 음식이 순대인데, 어떻게 만드는지 알기도 전의 아주 어릴 때에도 그 역한 냄새 때문에 먹질 못했다. 크면서는 비위가 약해져 순대, 선지국, 곱창, 막창 같은 음식들을 입에도 못 대게 되었다. 그렇게 안먹다보니 특유의 냄새들도 점점 싫어지고 판매하는 식당들 앞만 지나가도 헛구역질이 난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순대를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두번씩은 먹을 정도다. 비록 나는 안 먹지만 앞에서 누가 먹는 걸 뭐라 하진 않는데, 오늘따라 순대 냄새가 왜 그렇게 지독하게 느껴지던지 뭐라 하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음식은 식습관일 뿐이라 서로 스트레스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자친구는 콩비린내가 난다고 두유를 입에도 못 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