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의 순간들 (287)
Fright Night
주말엔 이곳에도 눈이 꽤 쌓였다. 금-토요일에는 H의 친구분댁에 가서 하루 묵고 돌아와 피곤해서 뻗었고, 일요일에는 눈 내린 풍경에 신이 나서 차를 끌고 근교로 나가서 바람을 쐬었다. 한적한 절이 있는 곳인데 산아래라 도시보다 눈이 더 많이 쌓여 있고 사람도 없어서 둘이서 눈을 뭉쳐 던지며 신나게 놀았다. 둘이 있을때 우리는 이렇게 철없게 논다. H는 최근에 회사일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난주말에 그렇게 놀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진듯 했다. 지난 일요일에 위에 쓴 근교로 가는 길은 내가 운전을 했다. 지난주 월-목요일동안 운전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감도 좀 생겼고 선생님도 하루에 한시간이라도 운전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H가 동승하여 일종의 테스트였는데, 가는 길은 잘 갔는데 오는 길은 도로에 주차..
티비로 넷플릭스 이용하려고 시도를 해봤다. 우리 집 티비는 삼성 스마트 TV 이고 작년에 구입했다.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고 휴대폰 요금제를 데이타 무제한으로 이용중이라 핫스팟을 끌어다가 노트북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스마트 티비의 기능은 아직 한번도 이용을 안해보았다. 우선 핫스팟을 켜고 티비의 네트워크 연결에 들어가 무선을 선택했더니 핫스팟이 정상적으로 연결이 되었다. 리모콘의 스마트허브 버튼을 누르니 자동적으로 아래에 넷플릭스 아이콘이 떴는데 선택을 하니 연결이 안되었다. 옆의 멜론을 연결하니 정상적으로 연결이 되고 실행이 된다. 앱을 다운로드 받는 곳에 들어가 BBC 뉴스 앱을 다운하고 실행했더니 실행이 잘 된다. 그런데 넷플릭스만 실행이 안되었다. 회원가입 등은 정상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휴대폰..
낮의 고양이들. 추운 날씨에 보일러를 켜긴 하지만 자린고비처럼 방 2개를 잘때만 딱 켠다. 낮은 밤보다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도 오래된 아파트는 외풍이 심해 춥기 때문에 고양이들과 나는 전기장판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인다. 온 몸이 빡빡한 털로 뒤덮혀 있는데도 전기장판 위에서만 맴도는 걸 보면 얘들도 춥다. 이사왔을 때 창문마다 이전 세입자가 붙여놓은 외풍방지 스폰지 테이프를 떼어내느라 정말 고생을 했다. 한쪽을 잡고 쭉 잡아당기면 테이프는 쉽게 떨어지는데, 떨어지면서 스폰지에 쌓인 시커먼 먼지들이 마구 날려서 괴로웠기 때문이다. 오래된 아파트라 외풍이 심해 창문을 다 닫아놓고 방에 앉아 있어도 어딘가에서 찬바람이 슝슝 들어오는데, 겨울 오기전에 미리 뽁뽁이라도 사서 붙였어..
오늘은 운전학원 둘째날, 새벽 5시가 조금 지나 일어났는데 밖에는 눈이 내려 쌓여 있었다. 어제부터 날씨가 너무 춥고 눈발이 날려서 학원 수업일정이 취소되길 간절히 빌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아파트 입구부터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소복했는데 H는 안절부절 하며 나를 학원까지 태워주고 혹시라도 수업이 취소되면 바로 집으로 가자며 학원 앞에서 5분정도 차를 세워두고 기다려 주었다. 다들 눈길 운전 + 새벽이라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는 운전을 걱정해 주었지만 정작 왕초보인 나는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고 어쩌고 하는 감각도 느끼지 못할 수준이라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마쳤다. 동승한 선생님이 하도 빨리 달리지 말라고 해서 어제는 40-50키로 정도로 운전했는데 오늘은 눈까지 내렸다고 옆에서 어찌나 브레이크..
지난 주 금요일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원어민 영어수업을 들었다. 이곳으로 이사오고 나서 참 오랫동안 원어민 영어수업을 찾아다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딱 하나 있는 곳은 낮은 레벨을 한국인 교사에게 배워야 높은 레벨을 원어민에게 수강 가능. 너무 멀고 비싸기도 해서 알아보기만 하고 말았다. 그러다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매주 금요일에 수업이 있는 걸 찾았고 시간당 8500원이라 무척 싸고 집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바로 등록했다. 초급이라 되있었고 교재 자체의 난이도는 낮지만 어차피 선생님이 하는 말을 백프로 알아듣지는 못하기 때문에 레벨보다 원어민 선생님을 찾아헤매던 나에게 딱이다. 그리고 초급 교재가 거의 끝부분이라 그 다음은 중급으로 넘어간다고 하니 좋다. 일주일에 하루 한시간 뿐인게..
오늘 나는 기운이 없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어제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냈고 오늘 오전중에 도착할 터였다. 받으면 분명 열이 올라 전화가 오겠지 싶었다. 녹음을 해야 하는데 아이폰은 통화녹음이 안되기 때문에 옛날에 쓰던 아이폰4를 찾아서 충전을 하고 녹음할 수 있게 준비를 했다. 전화연락은 오후에 왔는데 '기분 나쁘라고 이거 보낸거냐'로 통화는 시작되었다. 나도 맞받아치고 싶었고 그럴 말들은 많았는데 녹음중이고 최대한 불쌍한 척을 했다. 이런 녹취파일이 증거로 쓰일 일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사람일 어찌될지 모른다는게 내가 지난 십년간 배운 교훈이므로. 여하튼 기간 만기가 되면 본인이 돈을 빌려서라도 보증금을 주겠다고 호언장담식으로 말했으나 여전히 주변 시세..
서울간 김에 H의 생일 케이크를 사러 홍대 피오니를 갔는데 이전한 위치의 새 건물을 돌아 입구를 찾는데 아래쪽에 폴앤폴리나가 딱!! 이런 빵순이인 나를 위한 건물이구나 운명을 받아들여야지라며 위층 피오니에서 홀케이크 큰걸로 사고 아래로 내려와 깜빠뉴랑 스콘을 샀다. 버터 프레첼 오랜만에 먹고 싶었는데 치과 다녀온 직후라 도저히 먹을 자신이... 깜빠뉴도 사실 껍질 부분이 내게는 좀 딱딱한 편인데 너무 먹고 싶어서 샀다. 따뜻한 빵에서 자꾸 고소하고 짭짜름한 냄새가 올라온다. 실은 시간이 남으면 마포가서 프릳츠를 다녀오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은 도저히 안되었다. 좋아하는 빵을 사서 매우 신남.
아침에 일어나 밥하고 씻고 커피도 내리고 바지런을 떨었다. 커피가루 조금 남은 것 털어놓고 내렸더니 영 싱겁다. 춥다길래 옷을 몇겹이나 껴입고 나왔다. 우체국 가서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기차를 타러 역으로 갔다. 시간이 애매해서 결국 택시를 탔다. 대중교통 시설이 열악해서 역으로 가는 버스가 몇대 없다. 예를 들어 a,b방향에서 역으로 가는 버스편은 있지만 c,d방향에서 역으로 가는 버스편은 없다. 걸으면 30분씩 걸린다. 늦기 싫어서 택시를 탔더니 2분만에 역에 도착했다. 기차 예매하면서 교통비 아낄려고 몇년만에 무궁화열차를 탔다. KTX보다 시간은 두배 걸리고 차비는 반값이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게 무궁화열차 엄청 흔들린다. 기차 출발하고 몇분 안되어 멀미가 일었다. 책을 챙겨왔는데..
토요일엔 H와 심하게 싸웠다. 외곽으로 외출했다가 맛있는 밥도 먹고 좋아하는 빵도 샀는데 그뒤로 싸우는 바람에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다. 싸운 일에 대해서 길게 썼었는데 마음이 아직 장리가 안된 탓인지 자꾸 짚어가며 지웠다 썼다 고쳤다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뒀다. 사진은 바람을 유유히 타고 노는 매를 찍은 것이다. 한참 차타고 가는데 하늘에 커다란 그림자가 있길래 누가 연을 날리는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흑갈색의 날개와 노란 부리가 선명한 매였는데 대여섯 마리가 모여서 빙글빙글 돌며 바람을 타고 있었다. 쭉 뻗은 날개 끝에는 사람 손가락같은 깃털모양이 선명했다. 뭣보다 크기가 정말 컸다. 나는 여태 동물원 같은데에 갇혀 횃대에 앉아만 있는 매를 보았는데 하늘을 마음껏 나는 커다란 새는 정말 멋있었다. ..
사진은 엊그제 스타벅스. 혼자 노는거 최고. 오늘 내용증명 작성하다가, 글은 최대한 간결하고 정확하게, 읽었을 때 글쓴이의 태도나 감정이 하나도 느껴지질 않을 만큼 무미건조하게 문장을 써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한 의사표현과 내용증명을 보내는 의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했다. 나는 좀 글을 쓸때 구질구질하게 쓰는 편이다. 혼자 보는 일기를 쓸때도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고 그래서 이런기분 저런기분이 들었고, 이런 문장이 끝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쓰다보면 타자치기가 어려워 비교적 짧게 쓰게 되는데, 실은 한참을 쓰다가 내가 또 구구절절 늘어놓았구나 하면서 지우는 글이 하루에 하나씩 인것 같다. 내가 좀 구질구질한 인간이라 글도 그렇게 쓰는 걸까. 그래서 짧게 오늘 일에 대하여 쓰기. 내용증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