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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ght Night
이제 오후 두시를 넘어가면 몹시 덥다. 앞뒤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키면 좀 괜찮은데, 그나마도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일때는 그냥 에어컨을 켠다. 어제는 근교의 물가에 놀러갔다. 처음 가는 곳이었는데, 벌써 더위를 피해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물가를 따라 한참이나 텐트가 이어졌다. 우리는 텐트까진 번거로워 돗자리만 가지고 가서 나무 그늘아래 눕거나 앉아 시간을 보냈다. 머리 위에 큰 벚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까맣게 익은 버찌열매가 바람이 불 때마다 툭툭 떨어져 내려 돗자리에도 얼룩이 남았다. 차멀미는 여전해서 이동하는 이삼십분의 시간은 매우 괴로웠지만 오랜만에 밖을 나가 파란 하늘도 보고 바람도 쐬니 기분은 좋았다. 밥은 밖에서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다섯시였다. 피로..
아... 사는거 뭘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났다. 인도네시아 가기전에 서울에서 일한다고 한다. 발령이 날 수도 있다는 건 얘기를 들었지만 서울이라니... 우린 갈 곳이 없소 ㅠㅠ 월세로 살고 있지만 대출 조금 받으면 지방에서 아파트 한채 살 수 있을정도는 착실히 모았는데, 서울 아파트 시세 알아보다가 기절할 뻔 하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출국하기 전까지 기껏해야 일년인데 냥이들이랑 우리 살 곳이 어디 하나 없겠는가. 하아... 이사도 하도 다녀서 별 걱정은 안되는데, 귀찮다ㅜㅜ 너무 귀찮다 귀찮아. + 한국에서 집 한채 사기도 쉽지 않은 우리가 외국에 돈 벌러 간다니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감이 확 드는구나 ㅠ
점심은 감자샐러드 만들어서 식빵 구워 샌드위치 만들어 먹었다. 하나만 만들어 먹었어야 되는데 평소에 두개 정도는 너끈히 먹던 것 생각하고 두개 만들어 먹었더니 소화가 안되서 고통스럽다. 얼음 넣고 매실청 시원하게 마시면서 반성중이다. 지난주에 나를 괴롭히던 전반적 컨디션 난조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속이 울렁거리고 배도 수시로 아파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 증상들은 거의 없다. 대신 소화불량은 여전하다. 먹고 싶은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평소대로라면 그냥 대충 빵 한조각이랑 커피 한잔으로 때웠을텐데, 아무래도 지금은 몸에 대한 책임감과 영양을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어찌되었든 '밥'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입맛이 없으니 반찬은 하기 싫고, 주변에 반찬가게도 없고, 남편이..
지난 주말 다녀온 서울, 묵었던 숙소에서 찍어보았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좌측으로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태양이 떨어져 내렸는데 높은 건물에 가려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오랜만에 전에 함께 일했던 언니를 만났다. 아빠가 아프실때 연락을 하고 한참을 연락이 와도 내가 답을 안했었다. 몇달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내가 아직도 엄마에 대한 이런저런 원망을 크게 가지고 있고, 아빠가 별세하시기 마지막 며칠을 엄마와 함께 병간호를 하면서 나날이 약해지는, .....죽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얘길 했다. 아빠가 검게 변한 앙상한 팔을 들어 자신을 일으켜 앉혀 달라고 몇번이나 침대 난간을 붙잡고 힘을 쓰던 모습 같은 것, 그런 장면들이 잊고 지내다..
우리 고양이답지 않게 나왔다. 원래는 겁이 많고 사진찍는 거 싫어해서 폰만 들면 쭈구리가 됨.. 내일은 서울에 어학공부하러 가는 남편따라 나도 강남간다ㅎ. 이 몸상태로.. 잘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남편은 내일 새벽에 출발하고 나는 호텔 체크인시간 맞춰서 천천히 갈 생각이다. 도착해서 숙소에서 뒹굴거릴 예정인데 문제는 토요일에 체크아웃한 이후가 걱정. 아는 언니 만나서 좀 놀다가 지하철을 2-3회 갈아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남편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는데, 대략 정오께부터 집에오면 9시까지 눕지 않고 앉거나 서거나 걷거나해도 몸이 버틸 수 있을까. 물혹때문에 집에서 꼼짝을 안하니 체력이 더 약해지고, 어제는 한시간정도 분주하게 청소하느라 움직였더니 어김없이 통증이 왔다. 임신하고 직장생활 하는 분들..
어제 동네 꽃집에 들러 송이로 사가도 되겠느냐고 작약 3송이를 샀다. 날씨가 더울땐 도매시장의 실온에서 판매되는 꽃보다 꽃집의 꽃냉장고 안에서 시원하게 보관된 꽃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물론 건강한 꽃을 고르는 눈이 내게 부족해서 그렇지만.. 햇볕드는 창가에 몇시간 두니 봉오리가 금방 활짝 피어나서 지금은 그늘진 곳으로 옮겼다. 앞을 지날 때마다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친오빠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엄마가 이혼하겠다는 자식에게 그러라는 말을 할수가 없을 뿐이지 그래도 병들어 이삼십년을 더 살아갈수는 없음을 알고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오빠도 아빠가 돌아가신 뒤의 그 힘든 시간을 모질게 군 언니때문에 받은 상처가 너무도 큰가보다. 엄마도 오빠도 잘 추스렸으면 좋겠다. 임신보다 물혹때문에, 혹시나 ..
엄마집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자꾸 장미축제 노래를 부르길래 가고 싶어하시나보다 싶어서 일요일 오전에 아빠 모신 납골당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들렀다. 작은 공원에 장미만 색색으로 심어놓은, 지방의 흔한 '뭔가 부족한 동네축제'였지만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엄마는 주차를 하느라 결국 남편과 나만 구경하고 오라고 하셨다. 남쪽지방이라 며칠째 폭염에 가물어서 꽃들이 힘이 없고 많이 졌지만 달달한 장미꽃 향기는 좋았다. 그리고 이날 차를 너무 많이 탄데다 올라올때 기차타니 멀미가 심해서 너무 힘들었다ㅜㅜ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주말이라 가족단위 승객이 많아 왁자지껄 소란스런 와중이라 잠깐 눈 붙였다 깨버렸다. 집에 와서도 울렁거림이 이어지더니 어제 밤에 푹 자고 아침에 늦잠까지 자고 일어..
미세먼지가 적었던 며칠, 부지런히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정작 몇장 안된다. 불타는 빨간 노을은 이 계절엔 보기 힘든 것인지 요즘은 하늘이 주황색과 노랑으로 물든다. 임신후에 차량멀미가 너무도 심해졌다ㅠㅠ 초등학생때 차를 타면 5분내에 멀미가 났는데,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어제 두시간 남짓 KTX를 탔는데 그때도 멀미가 났다. 의자를 뒤로 눕힐수도 없고 잠도 못들고 괴로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을 펴고 누웠는데 울렁거림이 그제서야 좀 괜찮아졌다. 엄마는 소식을 듣고는 엉엉 우셨다. 나는 이 멋쩍은 순간을 마주하는게 조금 두려웠었다. 이혼문제로 엄마와 갈등 중인 오빠는 이번 주말에 내려온다고 했었는데 안온다고 연락이 왔다. 엄마 생신이라 오기로 했던건데, 진짜 철딱서니 없어서 화가 났다. 언..
주말에 갔던 엄마 집 정원. 호랑나비 참 오랜만에 보았는데 컴퓨터로 크게 보니 조금 징그럽네, 으으. 마지막 사진엔 도마뱀이 있다. 작고 가늘어서 귀여웠지만, 도망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뱀 같았다.시골집은 이제 봄이 되어 모든게 반짝거리고 눈부셨다. 아빠가 겨우내 아픈 와중에도 돌보았던 곳들이 봄이 오자 더욱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잡초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봄나물들이 자라나고, 겨울에 얼어죽을까 비닐로 작은 하우스를 만들어 줬던 애기 감귤나무, 가지치기를 한 포도줄기 끝에는 손톱만한 포도방울을 감싼 이파리들이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포도나무는 가지치기도 해줘야 하고 덩쿨이 타고 자라도록 지지대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다, 비료나 약을 치지 않으면 집에서는 포도송이가 부실하게 맺히는데도 아빠는 이상하..
날씨가 추워질거라고 하더니 정말로 오늘은 몹시 춥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베란다의 낡은 방충망이 덜컹거리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아침으로는 좋아하는 빵과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먹었다. 게으른 고양이들은 소파에 꼭 붙어 누워 있다. 나는 조금 이따 화원에 다녀올 생각이다. 이번 주말에 시댁에 내려가는데 선물로 가져가려고. 시부모님 취향은 모르겠어서 그냥 내가 보기에 이쁜 것, 내가 집에 놓고 보고 싶은 걸로 사려고 한다.오늘은 내 생일이다. 나는 워낙 친구도 없고, 있는 친구들도 생일이라고 간지러운 축하 연락을 주고 받는 성격이 아니라서 생일에도 가족들 축하 연락만이 전부였다. H와 외식하고 케이크 먹고,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선물로 달라고 얘기하거나, 아무튼 H한테나 생일이라고 축하를..